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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격호 회장의 ‘판단력’…“같은 이야기 수십번 되풀이” vs “내 판단능력 50대”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신격호(94) 총괄회장이 지난 3일 예상을 깨고 법정에 출두해 직접 자신의 정신건강 상태에 대해 진술함에 따라 신동주(62) 전 부회장의 이 같은 승부수가 향후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약이 될지, 독이 될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벌써부터 “치매가 의심된다”는 주장과 “50대 정신건강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난해 7월 불거진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핵심은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이상 여부다.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신격호 회장이 스스로 일관된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주장한 반면, 자신을 ‘신격호 후계자’라고 주장하는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정상 상태’라고 맞서 왔다. 결국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 대한 이상 여부가 밝혀지면,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3일 서울 양재동 서울가정법원에 출두하고 있다. 신격호 회장은 ‘정신건강’을 두고 치열한 형제간의 법정다툼이 있고 경영권의 향배에 중대한 결정권을 쥐고 있는 신 총괄회장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주목되고 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신 총괄회장이 이날 자신의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를 따지는 법정 심리에서 “지금이나 50대 때나 정신건강에 차이가 없다”고 진술한 것은 신동주 전 부회장 측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신 총괄회장이 당초 예상과 달리 갑작스레 지팡이를 짚고 직접 걸어서 출두한 것은 정신적, 신체적으로 자신이 있다는 모습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수창 변호사(신 총괄회장의 법률 대리인)는 “신 총괄회장은 도대체 왜 자신의 판단력 때문에 여기까지 나와서 이런 얘기를 해야 하는지 심기가 불편하다”며 “본인이 직접 법정에 나와서 진술에 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명명백백히 자신의 상태를 보이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신체감정도 공식 병원을 통해 받고 법원의 판단을 정확히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면, 이번 법원 출석은 무리수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신청한 넷째 여동생 신정숙씨는 이날 신 총괄회장의 판단 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현곤 변호사(신정숙 씨의 법률 대리인)는 “신 총괄회장은 똑같은 이야기를 수십번씩 되풀이했으며, 어떤 이유로 법정에 나왔는지도 잘 몰랐다”며 “치매증상이 온 것으로 보였고, 재판부도 치매감정 절차를 병원에 의뢰해야 하는 사안으로 봤다”고 주장했다.

결국 신 총괄회장이 직접 자신의 건강상태를 진술하기 위해 등장한 것은 건재함을 과시한다는 측면에서는 효과적이지만, 만의 하나라도 정신건강이 온전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날 경우 그 만큼 위험이 커진다.

한편, 신 총괄회장은 3일 오후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청구’ 첫 심문기일에 지팡이를 짚고 걸어서 법원에 들어가 한시간 가량 재판부의 질문에 답한 뒤 오후 4시55분께 법정을 나섰다. 심문기일은 신 회장의 정신상태가 어떠한지 재판부가 직접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성년후견 심판 청구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다. 심문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원칙상 비공개로 이뤄지며, 이날 신 총괄회장의 심문내용도 공개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날 심문 결과를 토대로 신 총괄회장의 기존 진료기록과 법원이 지정한 전문 감정인의 진단, 선순위 상속인인 배우자와 직계 자녀의 의견 등을 종합해 신 총괄회장에게 성년후견이 필요한지를 결정하게 된다.

성년후견제도는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에게 법적인 후견인을 정해 본인 대신 재산을 관리하고 치료, 요양 등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법원이 신 총괄회장의 후견 개시를 결정하면, 그가 더 이상 자력으로 사무를 처리하고 의사를 결정할 수 없는 상태라고 판단한 것이 된다. 신 총괄회장에 대한 신체감정 절차까지 거치려면 향후 5~6개월의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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