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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봇이 당신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면?
미용실·마사지도 로봇이 해주는 시대 임박
기술없고 노동력뿐인 인간은 일자리 잃어
실업·노동시장 불안·소득 불균형 심화…
인공지능 시대 고발…정책적 제언도 담아



1960년 무렵, IBM 경영진에 영업사원들로부터 의미있는 보고가 올라왔다. 고객사의 구매결정권자들이 인공지능의 기술발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보고였다. 문서를 작성하고 청구서를 보내는 하급직원들의 업무를 컴퓨터가 대체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지금 구입하려는 IBM컴퓨터가 언젠가는 관리자인 자신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지 모른다고 염려한다는 얘기였다.

미용실에 가면 로봇이 머리 잘라주고, 마사지도 로봇이 해주는 인공지능시대가 머지 않았다. 사진은 영화‘ 아이 로봇’의 한
장면.

IBM 경영진은 대책회의를 열고 내부 인공지능 연구팀을 해체했다. 영업사원들에게는 “컴퓨터는 프로그램된 기능만 수행할 수 있다”는 간략한 답변으로 고객에 응대하도록 교육했다.

그로부터 50여년이 지난 2016년,로메티 IBM 회장은 세계가전박람회(CES)무대에서 IBM 인공지능 시스템 왓슨이 장착된 로봇 페퍼를 선보였다. 페퍼는 인간과 똑같은 말투로 오감을 갖고 학습·체험 등을 통해 세상을 이해한다.

스탠퍼드대 법정보학교수이자 실리콘밸리에서 명성이 자자한 인공지능학자인 제리 카플란은 ‘인간은 필요없다’(한스미디어 펴냄)를 통해 지난 반세기동안 인공지능 기술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과정을 알기 쉽게 들려준다. 나아가 갈수록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의 생활방식과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인공지능 기술로 가속화될 노동시장의 불안과 소득불균형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정책적 제언까지 담아냈다.


저자는 우선 단순지시에 불과했던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인간 두뇌를 본 뜬 신경망 프로그램으로, 다시 기계학습과 빅데이터로 이미지가 바뀌고 고성능화, 자기학습화하는 과정을 알기쉽게 들려준다.초기 학습을 위해 사례들을 입력해야 했던 데서 네트워크를 통해 무한한 예와 데이터를 습득하며 진화한 컴퓨터는 이제 인간의 지능을 넘어 감성까지 배우고 있다.

인공기술은 사실 우리 생활 속 깊숙이 들어와 있는데도 잘 인지하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이는 영화처럼 사람의 형상이나 얼굴, 뇌의 모습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론이나 페이스북의 얼굴인식, 로봇청소기 등은 바로 쉽게 만날 수 있는 인공지능이다. 정원에서 잡초를 뽑거나 택배용 화물 트럭에 쌓인 다양한 크기의 박스들을 싣고 내리거나 짐을 들고 따라온다든지 곡물을 수확하는 로봇들도 이미 실용화단계에 와 있다. 페인트칠, 식품 조리, 음식나르기, 침대정리하기, 빨래개기, 배관 깔기, 인도 청소, 티켓 회수, 바느질, 교통정리까지 머지않아 생활에서 보게 될 로봇들이다.

산업적으로 활용될 로봇은 주문을 받고 발주하고 선반 정리, 용접, 절단은 물론 심지어 다른 로봇을 고치기까지 하는 로봇도 등장한다.

로봇에 대한 거부감때문에 이런 로봇들이 아직 생활속으로 들어오고 있지 않지만 조만간 이런 환경에 익숙해지면 산업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가령 머리를 자르거나 마사지를 받는 등 생활과 밀접한 로봇들이 무한 진화할 것으로 저자는 예견한다.

이런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코 앞에 닥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부는 더 양극화된다는데 저자의 우려가 있다. 가치를 먼저 알아낸 소수의 사람들은 이제 미래의 부까지 차지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책에서 대표적인 두 인물을 소개한다. 하나는 맵리듀스(효율적인 데이터 처리를 위해 여러 대의 컴퓨터를 활용하는 분산데이터 처리기술)기술의 토대를 만든 인물로 훗날 월스트리트 최고의 투자상담가가 된 데이브 쇼이다. 초단타매매로 잘 알려진 프로그램 거래의 알고리즘을 개발한 주인공으로 초단타매매의 핵심은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데이터를 재빨리 분석하는 데에 있다.

또 다른 인물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저자는 아마존을 온라인의 한 상점이 아니라 바로 초단타매매의 주식거래 전략을 소비재 거래에 적용하고 확장시킨 사례로 파악하고 분석한다, 지난 20년동안 실구매자 2억명의 개인정보와 구매이력을 갖고 있는 베조스는 데이터의 위력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가속화하는 기술발전은 소수에게 돈을 벌 수 있는 더 큰 기회를 주는 반면 가진 것이 노동력뿐인 사람은 점차 일자리를 잃게 된다. 심각한 것은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이 실체가 없다는 데 있다. 그 대상은 다름아닌 원거리의 클라우드 서버 내에 있는 인조지능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통찰이 빛나는 지점은 바로 최근의 실업률과 일자리 부족의 원인을 인공지능과 결부시킨 데 있다.

저자는 기술발전이 너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기술이 사회에서 더 빨리 쓸모없어진다고 진단한다. 기술과 비즈니스가 매칭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대안으로 ’직업대출‘이란 제도를 제안한다. 즉 기업이 미래에 한 사람을 고용하겠다고 약속을 하면 세금감면을 받고, 일하게 될 사람은 미래에 받게 될 수입을 빌려 직업기술을 익히는 데 쓰는 것이다. 교육기관이 어떤 기술을 가르쳐야 할 지 명확해진다는 이점이 있다.

책에는 곧 사라질 직업들의 리스트들이 길게 이어진다. 코 앞에 닥친 인공지능 시대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시의적절한 책이다.

책의 제목인 ’인간은 필요없다‘는 C.G.P.그레이가 만든 짧은 동영상의 제목을 빌린 것. 자동화로 인해 점점 더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어가는 현실을 고발하는 동영상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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