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특별기고]침몰하는 해운·조선업이 살아나려면
12억 달러 규모의 민관합동펀드를 조성해 국적선사의 선대 개편을 촉진한다는 지난 연말 정부 방침은 틀렸다.

이 펀드는 선순위(50%) 후순위(40%) 자부담(10%)를 모두 합친 금액으로서 국적선사에 1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10척을 신조해 공급한다는 것이다. 지원 대상은 자구노력 통해 재무상태가 부채비율 400% 이하를 기록하는 기업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공급 방식은 선사 구매 옵션이 없는 BBC(Bare Boat Charter)라고 한다. BBC는 용선 종료 시 소유권이 선박펀드에 있어 해운사(용선사)가 매각이나 선가 하락에 따른 위험부담을 지지 않고 운용리스로 회계처리를 하는 방식이다.

윤삼수시도쉬핑(홍콩) 한국대표
사실상의 지원 대상은 국내 1,2위라고는 하지만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데다 선박 대형화에 실패해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다. 선진 해운 업계는 상선의 경우 기름을 적게 먹는 에코십 엔진으로 교체 중이다. 지금 세계적인 경쟁 선사들은 컨테이너선은 1만9000teu (20피트짜리 컨테이너), 벌크선은 종합운동장 몇 개 크기인 30만톤 규모로 대형화를 서두르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대형선박에 투자를 못한 국내 선사는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한진해운의 컨테이너가 1만3천teu급 선박을 갖고 있는 것이 전부이다. 더 이상 싸워 볼 수 없다.해운 불황은 7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벌크선 시황은 2008년 5월 BDI지수가 11,793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작년 12월 471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새해 들어 358로 최저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우울한 신기록이 계속되고 있다. 마치 주가 지수가 11,000에서 358로 내려온 것과 같다.

이런 불황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다. 다행이 저유가 시대와 미국의 석유 수출 재개 등으로 재기할 시기를 맞았으나 불행히도 선복량 (船腹量)이 없는 실정이다.

그동안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돈 되는 자산은 모두 팔아 빚 갚기에 급급했다. 2013년 말 부채비율이 한진해운 1444%, 현대상선 1396%에서 작년 3분기 기준 한진해운 687%, 현대상선 979% 로 내려왔다. 그런데 정부는 부채비율을 400% 아래로 더 낮추라고 재촉하고 있다.

양대 회사는 채무구조 조정을 위해 지난 2 년간 보유한 선박 대부분을 매각했다. 현재 자사선이 거의 없어 용선으로 영업을 하고 있으니 세계적인 선사들과 경쟁에서 밀리고 이제는 그나마도 실어 나를 선복량도 부족한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한진과 현대는 컨테이너시장에 중복 투자한데다 세계 시장에서 서로 경쟁하고 있다.

현실이 이런데도 정부는 부채 비율 400% 로 낮추면 선박 10척을 지어 주겠다고한다. SK해운도 952%, 대우로지스틱스 1099%다. 국내 해운 선사에 지원한다는 선박 펀드는 지원 받을 방법이 없다. 당장 오늘 먹을 끼니가 없는데 무슨 수로 잔칫상을 받겠는가, 그것은 위급한 환자에게 ‘병원을 지어오면 치료해 주겠다’는 것과 같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의 움직임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하나의 팀으로 해외에 진출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작년 12월 중국 해운업의 양대 축인 코스코 (세계 6위)와 차이나 쉬핑 그룹(세계 7위)이 하나로 합쳐 탄생한‘차이나코스코 쉬핑그룹’은 세계 4위 해운업체로 도약했다. 이 공룡 해운사는 앞으로 자국 정부로부터 전폭적인 정책 및 자금지원을 받게 된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노후 선박 해체 보조금을 비롯하여 해운 선사에 대규모 유동성 자금을 지원해 왔다. 이를 발판으로 중국 해운업체는 초대형 선박 발주, 북극항로 개척 등 심각한 해운 불황을 뛰어넘는 공격적 투자를 이어 가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조선과 해운의 주무부서가 각각 산자부와 해수부로 이원화돼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조선과 해운, 선박 금융은 한 형제로써 서로 보완적인 산업이다. 조선, 해양플랜트, 해양 광물 에너지 등 해양 업무를 일원화해서 조선과 해운이 같이 살아 날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비록 늦었지만 정부는 해운산업의 정책 부처를 일원화하고 쉽게 신조선(新造船) 을 지을 수 있도록 ‘쉬운금융’을 지원해야 한다. 해운의 새로운 틀을 짜고 업계를 재편해서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분야만 집중지원하면 된다.

중국의 해운 선사도 정부 지원으로 회생했다.우리 정부와 금융 당국도 해운업계에 과감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윤삼수 시도쉬핑(홍콩) 한국대표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