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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에서 ‘혁신가의 딜레마’가 보인다
시장은 무서웠다. 사상 최고 기록 경신을 발표한 기업에 1년 6개월만의 최저 주가로 호통쳤다. 이틀간 벌어진 애플 얘기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5179억7000만 달러로 줄어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4935억 달러)에 쫓기며 1위 자리를 위협받게 됐다.

애플의 4분기 실적은 괜찮았다. 매출 759억 달러(전년 동기 746억 달러)에 순이익 184억 달러(180억 달러), 총마진율 40.1%(39.9%)였다. 모든 게 순조로워 보였다. 아이폰 판매량은 7478만대로 사상최고 기록이다. 하지만 시장은 그 이면을 봤다. 아이폰 의존률 70%의 기업이 아이폰 판매증가율 사상 최저(0.4%)의 기록을 냈다는 데 주목했다. 정점을 찍었다고 본 것이다. 내리막만 남았다는 얘기다. 오늘은 배 부르지만 내일 배고파질 지 모른다는 판단이다. 실제 시장은 애플의 올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6∼13.8%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은 애플에서 ‘혁신가의 딜레마’를 본 것이다.

‘혁신가의 딜레마’란 시장 선도 기술을 가진 거대 기업이 더 이상 혁신을 이뤄내지 못하고 새로운 기술을 가진 후발 업체에 시장지배력을 잠식당하는 걸 말한다. 애플은 새로운 기술 개발에 공격적인 듯 보이지만 주력시장에서 주 고객들이 평가하고 기대하는 수준에 따라 기존 제품의 성능이나 크기를 바꾸는데 그쳤을 뿐이다. 애플은 2014년 스티브 잡스의 디자인 원칙을 포기하면서 화면을 크게 키운 아이폰 플러스 시리즈를 내놨다. 3월에 나올 ‘아이폰5se’ 신제품은 화면을 다시 4인치대로 줄일 예정이란 소리가 들린다. 이젠 그 충성도 높은 아이폰 고객들마저 구매 흥미를 느끼기 쉽지않다. 스마트워치 애플TV 등 부대사업들은 매출면에서 그야말로 주변기기 수준이다. 애플카는 아직 미래가 불분명하다. 게다가 구글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쉬운 게 하나도 없다.

기술과 제품뿐 아니라 경영에도 혁신은 없다. 협력업체들을 쥐어 짜 이익률을 높이는 전략은 여전하다. 100원짜리 물건 팔아 25원을 이익으로 남기는 애플의 실적은 광고나 마케팅 비용을 협력업체에 전가하고 납품 단가를 깎는 데에서 나온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앱스토어에서도 대박은 몇몇 업체에 국한될 뿐 이익을 싹쓸이 해가는 건 수수료를 챙기는 애플이다. 애플의 사례는 혁신을 계속하지 못하면 IT시장의 치열한 경쟁에서 성장과 생존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걸 보여준다. 요즘 잘 나가는 기업들은 자신이 혁신가의 딜레마에 빠진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일단 빠진 후에는 헤어나오기 힘들다. 그래서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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