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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라우마 한국②] 군 위안부ㆍ세월호 갈등… 미흡한 트라우마 대응이 부른 人災
-세월호 참사 여과없이 TVㆍ인터넷ㆍSNS로 노출, 전국민이 트라우마 피해자
-일본군 위안부ㆍ참전자도 트라우마 겪어…치유 소홀은 각종 사회갈등 유발
-안산온마음센터, 약 3만4000건의 세월호 유가족 대상 상담 실시…공동체 유대감 회복에 주력


[헤럴드경제(안산)=신동윤 기자]“세월호 참사는 피해자의 대다수가 수학여행 중이던 고등학생이란 점과 참사 현장 및 수습 현장 등 자극적인 장면이 실시간으로 TVㆍ인터넷ㆍ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여과없이 노출됐다. 과거 삼풍백과점ㆍ성수대교 붕괴사고, 서해페리호 침몰 등과 다른 점이 있다. 단원고 희생자 가족이나 생존자는 물론 전국민들 역시 이로 인한 간접적인 트라우마 피해자라 할 수 있다.”

안산온마음센터는 지난 2014년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 피해자의 정신 건강을 위해 5월 조직을 꾸리고 활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대상으로 2014년 총 1만1503건, 지난해에는 2만23331건에 이르는 상담 및 사례관리를 실시했다.

경기도 안산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안산온마음센터)에서 본지 기자와 만난 신정식 가족심리지원팀장은 지난 2014년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가 남긴 후유증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사건 발생 후 지금까지 많은 국민들이 구조 과정 및 사후 수습 과정, 청문회 등을 지켜보며 극도의 분노 또는 거부감을 느끼던 전국민이 트라우마에 시달라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 팀장은 세월호 참사와 마찬가지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한국전ㆍ베트남전 참전자 등 한국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각종 사건을 거치며 얻게 된 트라우마가 치유되지 않고 있는 게 각종 사회갈등의 근본 원인이라 설명했다.

그는 “일반인들과는 달리 트라우마 피해자들의 입장을 수시로 청취하고, 최대한 요구를 들어주고 해결해 주려는 노력과 자세가 치료의 첫 단계”라며 “최근 쟁점으로 떠오른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 대해서도 보상금 위주의 정책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어떻게 원하는 것을 100% 얻을 수 있겠는가. 보상금을 충분히 받는 것만으로 만족해 달라’는 접근으로는 피해자들의 심리적 외상을 절대 치유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행정 편의적인 발상이다”고 비판했다.

안산온마음센터는 시민 2000여명이 함께 참여하는 열린 문화 장터 행사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일반 시민들과 세월호 유가족의 끊어진 유대감을 회복하고 사회적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사진제공=안산온마음센터]

고엽제 피해 베트남전 참전자나 한국전쟁 피해자 등에게서 볼 수 있는 과도한 국가주의적 성향 역시 트라우마의 후유증이라는 신 팀장은 지금껏 트라우마에 대한 깊은 통찰 없이, 이를 치료하기 위해 사회적인 노력을 기울여본 경험이 없는 한국 사회가 지금과 같은 문제를 발생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적인 트라우마는 국가가 직접 나서 치료하는 것이 바로 공공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며 “국립트라우마센터 건립이 조속히 진행되어야 하며, 이는 사회적이고 집단적인 갈등 상황에 대한 사회의 공동 책임 및 성숙도를 나타내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국립트라우마센터 건립예산은 총사업비 100억원 규모로 2016년도에 설계비 3억8400만원이 보건복지부 예산에 반영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기재부 심의에서 전액 삭감됐고, 우여곡절 끝에 국회 증액안으로 200억원을 상임위에 배정했지만 끝내 예결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트라우마 후 반응단계. [사진제공=안산온마음센터]

한편, 안산온마음센터는 지난 2014년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 피해자의 정신 건강을 위해 5월 조직을 꾸리고 활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이곳에서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대상으로 2014년 총 1만1503건의 상담 및 사례관리(전화 및 내방)를, 지난해에는 2만23331건에 이르는 상담 및 사례관리를 실시했다.

신 팀장은 “트라우마 치료에서 기억이란 끊임없이 반복되기 마련이라 기억을 ‘제로’로 만드는 것이란 있을 수 없으며, 일반적으로 ‘안정화-기억의 재처리-공동체와의 재연결’이란 3단계를 거쳐야 완료된다”며 “하지만 유족들은 1단계인 안정화 단계를 넘어서지도 못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산온마음센터는 시민 2000여명이 함께 참여하는 열린 문화 장터 행사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일반 시민들과 세월호 유가족의 끊어진 유대감을 회복하고 사회적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신 팀장은 “세월호 사고에서 살아남은 75명의 생존학생에 대한 정신건강 관리 책임이 졸업식 이후 스쿨닥터에서 안산온마음센터로 이관됐다”며 “가족 포함 153명을 초청해 ‘단원고생존학생 시작의 밤’ 행사를 개최하고 가족캠프나 방학특강 등의 활동을 이어오는 등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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