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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라우마 한국①] 격변이 낳은 트라우마 대물림 “치유는 없었다”
-‘파란만장 대한민국’ 트라우마 환자 4년새 1000명 늘어…‘공동체적 접근’이 치료법
-한국전 민간인 희생 사건 관련자 38.9%, 고문ㆍ가혹행위 피해자 48.8% 트라우마 겪어…피해는 2세까지
-전문가, 공동체적 접근 통한 연대 강화가 해결책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외세의 침략과 극복, 곧이어 터진 전쟁 후 이뤄진 고도의 산업발전과 민주화 과정 등 다사다난했던 한국 사회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역사적 트라우마’를 남겼다. 이에 전문가 사이에서는 역사적 트라우마 치료를 사회 갈등 해소의 첫 단계로 진단하고, 이를 위해 일반적인 질병이나 질환 치료와는 다른 사회적 공감과 연대가 필요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출처=게티이미지]

2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최근 한국사회의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 장애ㆍPTSD) 환자의 수는 해가 갈수록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심평원이 운영하는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나타난 트라우마 환자의 수는 지난 2010년 6064명에서 2012년 6950명으로 1000명 가까이 증가했다. 2013년에는 6741명으로 잠시 줄었지만, 지난 2014년에는 다시 6981명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는 2014년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한국 사회가 겪어왔던 역사적 사건을 통해서도 많은 트라우마 환자들이 발생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나타난 트라우마 환자 수의 변화. [출처=심평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나타난 트라우마 환자 수의 변화. [출처=심평원]

지난 2010년 12월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민간인 집단희생사건 관련자 406명,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사건 관련자 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바탕으로 펴낸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에서 38.9%, 권위주의 시대 고문ㆍ가혹행위와 의문사 사건에서 48.8%의 피해자들이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있었다.

또 피해 2세대 가족들이 겪는 트라우마는 인권침해 피해자 사례에서 26.7%, 집단희생 피해자 사례에서 19.5%, 인민군 등 적대세력 또는 항일독립운동 과정에서의 피해 사건에서 10.5% 등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각종 역사적 트라우마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통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바로 ‘증상-처치-치료’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질환 치료 과정을 답습하기 보다는 ‘공동체적 접근’을 통한 연대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음영철 삼육대 교양학부 교수는 역사적 트라우마의 치료 과정으로 3단계 치료법을 제시했다. 그는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이 확보되지 않은 어떤 치료도 성공할 수 없다는 미국 하버드대 의대 정신의학과 교수 주디스 허먼의 말처럼 피해자가 이웃이나 국가ㆍ사회로부터 제도적ㆍ심리적 돌봄을 받을 때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며 “여기에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지만 외상의 재경험 과정을 고백하고 애도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피해자들의 건강한 자아를 강화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역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이에 피해자와 공동체 구성원들이 연대감을 통해 단절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현정 트라우마치유센터 사람ㆍ마음 대표는 “위법성을 바탕으로 기존 사법체계 내에서 처벌을 중시하는 ‘형식적 정의’의 회복과는 달리 피해자와 가해자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모두 참여해 피해자의 욕구와 회복을 위한 가해자의 책임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대안적 패러다임인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 패러다임이 역사적 트라우마 치료에는 더 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역사적 트라우마란 예측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고통과 폭력이 동반됐다는 점을 이해하고, 결과 기술적인 개입으로 완쾌될 대상이 아님을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정신의학 및 심리학적 증상 완화에 국한하지 말고, 피해자들이 공동체 내에서 일상적인 삶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점검하고 돕는 것이 치료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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