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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김대우]일반해고 지침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려면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이라는 게 있다. 전세계 심리학 교과서에 나오는 유명한 실험이라고 한다.

동영상 속 흰옷 입은 선수들이 공을 주고받는 횟수를 세보라고 주문을 한 다음, 몇 번이냐고 물어본다. 핵심은 던지고 받는 공의 횟수가 아니다. 혹시 화면에 고릴라를 보았는지에 대한 질문이 키 포인트다. 아이러니하게도 50% 이상이 고릴라를 못봤다는 것이다.

김정운 교수는 저서 ‘에디톨로지’에서 ‘보이지 않는 고릴라’를 ‘무주의맹시(inattentional blindness)’란 단어로 표현했다.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에만 집중하느라 정작 다른 중요한 것을 놓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기업의 고위직 임원일수록,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경향이 심해진다는 것이다. 자기가 보고싶은 대상에 집중할 때 바로 옆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몰입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이 보고싶은 것만 보면 정작 더 중요한 나머지를 포기하는 우를 범하기 십상이다.

최근 일반해고 지침에 대한 노동계와 경영계의 반응을 보면서 보이지 않는 고릴라를 떠올렸다. 과거 D사와 K사의 저성과자 퇴출사례를 익히 알고있는 노동계는 해고를 법으로 엄격하게 제한하는데도 어떻게든 자르는데, 이제 일반해고의 길을 터놔 ’쉬운해고‘가 만연할 것이라며 투쟁에 나섰다. 경영계도 걱정이 크기는 마찬가지. 법원 판례 등에서 제시된 ‘정당한 이유’를 정부가 간추려 문서화한 것이 이번 지침인데, 해고절차가 더 까다로워졌다는 쪽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침은 이미 발표된 상황이다. 소모적 분쟁보다는 시행과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무엇보다도 지침이 사용자의 입맛에 맞지않는 사람을 ‘저성과자’로 포장해 자르는 수단이 돼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선 성과평가의 공정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쉬운 해고’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노사가 협력해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적 기준에 따른 합리적, 객관적 평가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 저성과자 해고로 노동시장이 능력중심으로 바뀐다면 퇴출되는 사람들이 나올 것이므로 정부는 이들을 보호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저성과자에 대한 생산성 향상 프로그램, 실업급여 등 해고자의 생계 보장방안 강화, 실업자의 재취업을 돕기 위한 교육훈련 프로그램 확충 등이 필요하다. 기업 내부의 노동유연성 확대를 사회적 차원에서 사회안전망 확충으로 상쇄시켜줘야 한다는 얘기다.

로마인 카이사르가 천재였던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싶어 하는 것 밖에는 보지 못하는 반면에 그는 보고싶지 않을 것까지 볼수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일반해고, 취업규칙 변경 등 2대 지침 뿐아니라 노동개혁에서도 노사정 모두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볼 것이 아니라 보고싶지 않은 것까지 볼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해결책을 찾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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