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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비용 항공사의 굴욕]물탱크 꽁꽁…저비용 항공사 잇단 말썽
제주 북새통 주범 낙인이어 이번엔 이스타항공 물탱크 얼어 우왕좌왕…두시간 넘게 연착 탑승객 분통


#. 주부 김지현(28ㆍ여) 씨는 남편과 함께 지난 19일 오전 9시25분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이스타항공을 타고 일본 오사카로 출국할 예정이었다. 2시간 전 일찌감치 출국심사를 마치고 기다렸지만 출국 시간이 다 되도록 항공사 측은 탑승수속을 시작하지 않았다.

이유는 갤리 화장실 등에서 사용하는 ‘물탱크’가 얼어 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항공사 측은 얼음이 다 녹으려면 시간이 걸리니 격납고에서 다른 비행기를 꺼내오겠다고 했고, 1시간 가량 뒤 ‘2번 비행기’를 탑승 게이트로 끌고 왔다. 여기서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김 씨는 “2번 비행기의 물탱크마저 얼어 출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그 사이 1번 비행기의 물탱크는 다 녹았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김 씨는 “참다 못한 승객들이 그럼 1번 비행기를 타고 가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항의하자 항공사 측은 그렇게 되면 또 다시 1시간 가량이 소요된다며 2번 비행기 물탱크를 녹이는 게 낫다고 말했다”며 “결국 11시 40분이 넘어서야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저비용항공사들이 ‘묻지마 대기 시스템’으로 제주공항에 혼란을 야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한 저비용항공사가 한파 대비에 소홀하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문제가 됐던 물탱크는 갤리 화장실의 물을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안전에는 문제가 없지만, 승객 편의와 직결된 것이다. 한국항공전문학교 관계자는 “최소 3일에 한 번씩 물탱크의 물을 빼게 돼 있지만, 얼 위험이 있는 날엔 운항을 마친 후 즉시 물을 다 빼는 게 원칙”이라면서 “운항 중에는 난방이 가동되니 물이 얼 일이 없지만, 날이 추워지면 관이나 탱크가 얼 수 있기 때문에 요즘같은 땐 보통 운항 종료 후 공기 압력을 이용해 관까지 비운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틀 전인 17일부터 한파가 예고된 상태였고, 당시 타 항공사에선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김 씨는 “탑승 지연 사태로 해당 항공기 이륙 후 같은 게이트에서 탑승이 예정된 다른 항공사 스케줄까지 겹치고 지연되면서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며 “결국 다른 항공사가 옆 게이트 쪽으로 이동해 탑승 수속을 진행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했다.

대처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제대로 된 설명없이 1시간 가량 승객을 방치한 뒤 항의를 받고 나서야 물탱크에 물이 얼었다고 항공사 측이 설명한 것.

이스타항공 측은 “물을 다 빼도 강추위에 누수될 수도 있다”면서 “저희도 최대한 빨리 조치를 취하기 위해 다른 비행기를 알아봤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비행기 두 대가 연달아 문제가 생긴 것과 관련해선 “비행기가 자동차처럼 작은 것도 아니고 여러 기상 상황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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