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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제습기 업체의 수출 교훈 -조남용 한국무역보험공사 전략경영본부 부사장
비오는 날에 파전이 많이 팔리고, 여름 기온이 1도 오르면 음료수 판매가 8% 증가한다고 한다. 눈을 돌려보면 에어컨, 난방용품 등 날씨가 실적을 좌지우지 할 제품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기업들 사이에서는 ‘날씨가 영업사원’ 이라는 말도 생겨날 정도고 날씨 때문에 천국과 지옥을 경험하기도 한다.

몇 년 전 아열대성 기후로 습도가 유례없이 높아지자 제습기 판매가 크게 늘었고 집집마다 필수 생활용품으로 자리를 차지했다. 제습기 업체들은 이듬해 여름 대박행진을 기대하며 물량을 늘렸지만 날씨가 망쳐버렸다. 장마기간에도 비가 내리지 않는 ‘마른장마’가 뜻하지 않게 찾아와 제습기 판매가 기대를 밑돈 것이다. 이 정도면 날씨를 영업사원이 아니라 상전으로 모셔야 할 정도다.

불가항력이라지만 날씨 때문에 매출이 휘청거리는 걸 그냥 두고 볼 수 없던 제습기 업체가 있다. 마른장마의 쓰린 경험 이후 날씨 변화에도 매출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제습기에 공기청정 기능을 탑재하여 사계절 판매가 가능한 제품을 내 놓으며 변덕스런 날씨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졌다.

예측불허에 불가항력이던 날씨를 이겨내기 위한 제습기 업체의 이야기를 최근 우리 수출에서도 엿볼 수 있다. 작년도 우리 수출은 저유가, 세계 경기침체, 글로벌 환율전쟁 등 대외여건이 등을 돌리며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전문가들 전망대로라면 선진국 성장둔화와 저유가는 올 해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선, 철강 등 우리 수출을 이끌었던 주요 산업은 전 세계 공급과잉으로 글로벌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마치 ‘마른장마’를 걱정하며 전진과 후퇴의 기로에 서 있는 모양새다. 

제습기 업체의 마른장마 극복 프로젝트처럼 수출부활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은 기대감을 모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출회복을 업무 화두로 한 해를 시작했다. 선진국을 대신 할 신흥국으로 뱃머리를 돌려 수출시장을 개척하고, 내수기업 3000개를 수출기업으로 성장시켜 수출증대를 이끌 계획이다. 소비재, 서비스, 기술·브랜드 다변화를 통해 경쟁력 높은 수출품목도 육성한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과 글로벌 강소기업을 배출하기 위한 경제 환경을 구축해 장기 레이스를 펼칠 수출체력을 보강하는 일도 놓치지 않았다.

전년도 중소중견기업에 사상 최대 41조7000억원을 지원한 무역보험공사도 금년도 수출 증대를 위한 선제적 지원에 나섰다. 중소중견기업 지원 목표를 46조5000억원으로 늘리고 초보기업에도 지원을 확대해 수출기업 육성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쉽게 다가가기 어려웠던 이란, 쿠바 등 신흥 개방국에 무역보험을 확대하고 화장품, 패션의류 같은 소비재 수출에는 무역보험료 할인도 도입한다. 변덕스럽고 궂은 날씨에도 올 해 수출이 활짝 웃는 모습이 그려지는 이유다.

단비가 내리기만 기도하는 대신 더 맛있는 파전을 준비하는 노력이 어느 때 보다도 절실한 시기다. 제습기 업체의 위기 극복 노력을 교훈삼으면 얼마든지 길은 있다. 정부 노력에 무역보험공사나 코트라 같은 수출지원기관의 공조가 더해져 연말에 더 많은 수출기업이 웃음 짓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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