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초등생 살해한 父...살인죄 적용 어렵다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아들의 시신을 훼손한 부모에 대해 살인죄 입증을 자신하던 경찰이 수사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오히려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부모가 중상을 입은 아들을 한달이나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는 기존 진술을 번복하면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하기 어려워졌기 때문. 살인죄가 아닌 폭행치사를 적용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부천원미경찰서에 따르면 아들(2012년 당시 7세)의 시신을 훼손하고 냉동상태로 보관한 아버지 최모(34)씨는 “2012년 11월 7일 2시간에 걸쳐 폭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들은 폭행당한 다음 날 오후 5시 경 컴퓨터 의자에 앉아 고개를 떨군 채 사망했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내가 때려서 아들이 죽었다”고 말했지만 이 진술만으로 법리적으로 살인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최씨의 범행이 살인이 되려면 최씨가 아들을 죽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때렸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그러나 최씨는 살해 의도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최씨의 그날 폭행이 아들의 직접적인 사인이 됐다는 물적 증거도 확보되지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뇌출혈이나 머리뼈 골절 등 사망에 이를만한 손상을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최씨 부부가 사체 일부를 변기에 흘려 보내 유기한 가슴이나 배, 피부 연조직이 없는 상태라 이들 부위에 사인이 될만한 손상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나머지 사체를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초 경찰은 “욕실에서 넘어진 아들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아 한달 간 방치해 사망했다”는 최씨의 기존 진술에 따라 아들의 생명을 유지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을 들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법리 검토를 해왔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최씨가 아들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 한달 동안 데려가지 않은 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의 여지가 있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경찰은 최씨가 진술을 번복한 이후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규명된 다음 검토할 것”이라며 살인죄 적용에 대해 한발 물러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최씨의 범행이 의도적이었다는 부분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살인죄를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신 구속영장이 발부될 당시 혐의인 폭행치사와 사체손괴 및 유기,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 관계자는 “살인죄일 경우 무기징역이나 사형을 선고할 수 있지만 폭행치사일 경우 사체 유기 혐의가 더해지더라도 두 죄의 최고형량을 합친 징역 22년 이상 선고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살인죄가 아닌 폭행치사를 적용하게 될 경우 “피의자들을 최대한 엄중하게 처벌할 수 있는 법 조항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던 수사팀으로선 난감할 수밖에 없다.

2013년 10월 24일 당시 8살 난 의붓딸 이모양을 주먹과 발로 때려 갈비뼈 16개를 부러뜨려 숨지게 한 ‘울산 계모’ 사건에서 계모 박모(42)씨에게 1심 재판부는 상해치사를 적용해 징역 15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며 아동학대 치사 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살인죄를 적용해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박씨의 상고 포기로 이 형은 지난해 10월 확정됐다.

반면 계모인 임모(37)씨가 2013년 8월 당시 8살 난 의붓딸의 배를 여러 차례 밟고 주먹으로 때리는 등 폭행한 뒤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해 외상성 복막염으로 숨지게 한 ‘칠곡 계모’ 사건에선 대법원은 올해 9월 임씨에게 상해치사와 아동복지법 위반죄로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why37@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