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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죄의 재구성] 아들 죽이고 시신 훼손… 부모 아닌 악마였다
-7세 친아들 실신하도록 상습 폭행한 아버지
-시신 훼손하고도 집 냉장고에 3년 넘게 보관
-엄마도 시신 훼손 도와…딸은 끔찍이 아껴


[헤럴드경제=배두헌(부천) 기자] 아버지는 수시로 밤을 새워 술을 마셨다. 술에 취한 아버지는 상습적으로 아들 A군을 때렸다. A군이 말을 안 듣고 거짓말을 자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건장한 성인 남성이, 친아들인 7세 아동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파리채 등 잡히는 물건을 휘둘렀다.

2012년 봄, 부천의 한 초등학교에 입학한 A군은 금세 말썽을 피우기 시작했다. 입학 2주일이 채 되기도 전인 3월 12일, 교실에서 같은 반 여학생의 얼굴을 연필로 찌르고 옷 2벌에 색연필로 낙서를 했다.

당시 A군의 생활기록부에는 ‘수업 내용 이해가 빠르고 탐구 정신이 있지만 다른 아이들과 다툼이 잦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A군은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하며 폭력을 답습하거나 공격적 성향이 생겼을 가능성이 컸다.

이 사건으로 5월 1일 학생폭력자치대책위원회가 열렸지만 A군은 4월 30일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A군의 어머니가 “나는 이미 사과했다. 아이는 앞으로 집에서 교육하겠다”고 답하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학교는 주민센터에 A군의 장기 결석에 대해 통보했지만 주민센터 직원들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경찰은 주민센터의 직무유기 여부를 조사 중이다.

학교에 가지 않게 되자 A군은 아버지와 집에 있는 시간이 다시 늘어났다. 그만큼 아버지의 폭행도 잦아졌다.

2012년 가을에는 화장실에서 심하게 구타당했다. A군은 너무 많이 맞아 실신했다. 온몸이 다치고 멍이 들었지만, 부모는 A군을 병원에 데리고 가 치료를 받게하지도 않았다. 학대가 두려워서다.

2012년 11월 7일. A군 아버지는 이날 저녁에도 술을 마셨다. A군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어머니와 함께 소주를 마시던 아버지는 집 안방에서 다시 A군을 때리기 시작했다.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엎드린 아들을 발로 차 머리를 바닥에 부딪치게 했다. 눕혀놓고 발바닥을 때리기도 했다.

어머니가 잠깐 말리기도 했지만 술 취한 아버지의 폭행은 무려 2시간 넘게 지속됐다. 구타당해 쓰러진 A군을 신경 쓰는 둥 마는 둥 아버지와 어머니는 태평하게 소주를 더 마시고 잤다.

11월 8일 오전 8시, 어머니는 전날 구타를 당한 아들을 제대로 살피지도 않고 출근을 했다. 백수인 아버지는 오후 5시까지 잠을 자다 깨어났다. A군은 컴퓨터 책상 의자에서 고개를 묻은 채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심상치 않다 느낀 아버지는 아내에게 ‘아들이 이상하니까 빨리 오라’고 전화를 넣었고, A군의 어머니는 30분 일찍 조퇴를 해 집에 왔지만 아들은 이미 숨진 뒤였다.

자신의 폭행으로 숨졌다는 걸 안 A군의 아버지는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우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아내를 딸과 함께 친정에 보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사진=게티이미지]
11월 9일, 아내는 딸을 친정에 두고 아들이 숨져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지 못한 부부는 배가 고팠는지 치킨을 배달시켜 먹었다. 아들은 숨진 채였다.

치킨이 입 속으로 들어간 부모는 이제는 자신이 낳은 아들의 시신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훼손하면, 어머니는 이를 도와 봉지에 담아 밖에 내다 버렸다. 변기 안에도 버렸다. 나머지는 집 냉장고에 넣어 보관했다. 친아들의 시신이 훼손된 채 집 냉장고에 보관된 채 3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인천으로 이사를 갔고, 딸은 멀쩡하게 초등학교를 다녔다.

A군의 어머니는 딸을 늘 끼고 다녔다고 인근 주민들은 기억했다.

경찰은 이 비극적 사건의 가해자인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폭행치사가 아닌 살인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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