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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메르스 후폭풍 혈액 태부족…헌혈 참여비중 6%불과
혈액보유량 적정 5일분에 크게 못미쳐
일주일전만해도 하루치 턱걸이 위태
고교생·대학생·군인이 75%차지
중장년층 20%…70% 일본과 대조적
여성 헌혈참여자 남성의 3분의 1 그쳐



메르스 사태의 여파로 말라가던 비축 혈액은 정부와 민간 병원의 헌혈 독려로 간신히 위기를 넘긴 상황이다. 그러나 특정 계층에 의존하는 한국 헌혈의 구조적 문제 해결 없이는 언제든지 다시 재발할 수 있다는 게 의료계와 헌혈 현장의 목소리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17일 현재 전국 적십자사 혈액원이 보유한 적혈구제제의 보유량은 3.4일 분이다. 적정 보유량인 5일분에 비해 모자란다. 그러나 1주일 전 하루치를 간신히 넘는 절박한 상황과 비교하면 한숨은 돌렸다는 평가다. 현재 혈액 보유량은 의료기관에 공급 가능한 재고와 검사종료 후 의료 기관에 공급 가능할 혈액을 합친 양을 말한다.

의료 현장도 차츰 안정을 되찾아가는 모습이다. 서울대 병원 측은 “적극적인 헌혈 독려로 평소 비축량을 거의 회복했다”고 밝혔고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역시 “평소 비축량의 75% 이상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다만 세브란스 병원의 경우 환자가 몰리거나 수혈을 다량으로 필요로 하는 환자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 이번주부터 원하는 직원에 대해 헌혈을 받을 예정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없다. 혈액형별로 B형 적혈구 제제만 5.7일분으로 기준치인 5일분을 넘겼을 뿐, 응급 수혈용으로 쓰이는 O형은 물론 A형과 AB형 적혈구 제제는 2~3일분을 비축하는 데 그치고 있다.


급성백혈병, 혈소판 기능 이상, 혈소판 감소 환자, 재생불량성 빈혈 등 가장 많은 경우에 사용되는 혈소판제제의 경우 여전히 1~2일분을 비축한 위기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급성 백혈병이 혈액 제제 사용량의 42%를 차지하며 가장 많은 혈액을 소모하는 질병인 만큼 혈소판 제제 부족 현상을 바라보는 백혈병 환자들의 마음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최근의 혈액 부족 사태가 상대적으로 헌혈자가 줄어드는 겨울 방학 시기와 메르스 사태 이후 미뤄둔 외과 수술들이 한꺼번에 겹쳐 발생하긴 했지만 혈액 수급 과정에도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헌혈에 참가하는 사람의 비중은 전체 국민의 6%에 불과하다. 중장년층 헌혈률은 전체헌혈자의 20%정도로 일본 70%, 프랑스 60%보다 턱없이 낮다. 더구나 여성의 경우 헌혈 참여자가 남성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직업별로는 고등학생과 대학생, 군인에 75% 가량이 몰려 있다.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는 방학시기에 고질적인 혈액 부족 사태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2014년과 2015년 모두 겨울 방학철에 비축량이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여름방학철인 7월에도 일시적인 감소 현상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겨울철이라 경기 파주 등 말라리아 유행지역의 지역민과 군인들 역시 헌혈에 참가토록 헌혈 기준을 완화했지만 혈액의 안전성이 우려될 경우 이마저도 여의치 않게 된다.

우연정(46ㆍ여) 서울대역 헌혈의집 책임 간호사는 “헤모글로빈 수치가 높으면 혈액 점도가 높아진다. 그래서 헌혈을 꾸준히 하는 사람이 안 하는 사람보다 심장병 걸릴 가능성이 3분의 1로 낮아지는 만큼 30대 이상 남성분들이 헌혈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헌혈 예약제 활성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예약제가 활성화 되면 혈액 입고량을 예측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과도기다. 전혈 헌혈 외에 혈소판, 혈장, 혈소판 등 성분헌혈은 예약받고 있는데 당일에 나타나지 않는 일이 많다는 것이 헌혈 현장의 전언이다.

원호연ㆍ박혜림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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