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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뉴엘사태 촉발’ 뒷돈받은 수출입은행 간부, 2심서 되레 실형
-뇌물액 700만원서 9700만원으로 늘어나
-집행유예 선고한 1심보다 형 가중돼 법정구속
-법원 “모뉴엘 사태 촉발, 불법대출 죄책 무거워”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3조원대 대출사기로 금융업계에 큰 충격을 안긴 가전회사 모뉴엘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수출입은행 간부가 집행유예를 받았던 1심과 달리 2심에서 되레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4부(부장 최재형)는 박홍석(54) 모뉴엘 대표로부터 총 97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한국수출입은행 전 부장 서모(56) 씨에게 원심을 깨고 징역 4년에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서씨는 지난해 6월 1심에서 9700만원 중 700만원만 받은 사실이 인정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0만원, 추징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서씨와 검찰 측의 항소로 진행된 2심에선 재판부가 검찰의 공소내용을 모두 인정하고 서씨에게 실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서씨가 내야 할 추징금도 9700만원으로 늘어났다.

서씨에게 중형이 선고된 데에는 ‘돈을 줬다’고 주장한 박홍석 대표의 진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심에서 믿기 어렵다는 이유로 배제된 박 대표의 진술을 항소심 재판부가 신빙성이 있다며 받아들이면서 서씨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대표가 위증죄와 뇌물공여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데도 주지도 않은 금품을 줬다고 하면서까지 서씨를 처벌받게 할 특별한 동기는 보이지 않는다”며 박 대표의 주장을 대부분 사실로 판단했다.

서씨는 2012년 6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수출입은행에서 중소ㆍ중견기업 여신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장으로 근무하면서 모뉴엘의 대출한도를 늘려달라는 박 대표의 청탁을 받고 실제 대출한도를 증액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1심에선 2013년 10월과 2013년 12월 서울 서초 모 호텔에서 아침식사 중 박 대표로부터 받은 50만원권 기프트카드 14장만 유죄로 인정됐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2012년 10월과 2014년 3월 서울 강남과 서초 등지에서 만나 받은 현금 9000만원까지 사실로 받아들이면서 뇌물수수 금액이 크게 늘어났다. 금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크리넥스 휴지상자와 와인박스 등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세간의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재판부는 “서씨가 거액의 뇌물을 수수해 수출입은행 업무의 공정성과 사회일반의 신뢰를 훼손한데다 이번 사건처럼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부적절한 업무처리가 모뉴엘 사태를 촉발한 하나의 원인이 됐다”며 형을 가중한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박 대표도 아직 재판을 받고 있다. 수출입 물량을 세관에 허위로 신고하고 수백억원 상당의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 대표는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23년에 벌금 1억원, 추징금 360여억원을 선고받았다. 이에 불복하고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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