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아들 시신 훼손’ 부모 구속…‘수년간 장기결석’ 인천 소녀 학대사건과 닮아
부모 잇달아 구속…경찰, 살인죄 적용 가능한지 법리 검토
부친 “시신 일부 변기에 버려”…“도주ㆍ증거인멸 시도 정황”
관련기관 장기결석 파악못한점 ‘인천 소녀 학대사건’과 유사

[헤럴드경제=원호연ㆍ배두헌(부천) 기자]아들의 시신을 훼손하고 냉동 보관한 아버지에 대해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어머니도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인천 11세 소녀 학대 사건’과 유사점이 많다. ‘인천 사건’ 이후 교육부가 전국 5900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장기 결석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실체가 드러났고, 부모의 학대는 물론 학교ㆍ교육청ㆍ지방자치단체 모두 장기 결석 아동의 소재를 확인하지 못하고 방치했던 것도 ‘인천 사건‘과 닮았다.

아들의 시신을 훼손한 후 냉동보관한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부천원미경찰서는 지난 17일 숨진 아들의 아버지 최모(34) 씨를 폭행치사, 사체 손괴ㆍ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어머니 한모(34)씨는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앞서 지난 16일 구속됐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가사3단독 임동한 판사는 지난 17일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수사 개시 후 도주 및 증거 인멸 시도 정황이 있고 향후 도주가 우려된다”며 최씨에 대한 영장을 발부했다. 이로써 지난 15일 시신으로 발견된 A군(2012년 당시 7세)의 부모가 모두 구속됐다.

경찰은 A군이 초등학교 1학년이던 2012년 10월 욕실에서 넘어져 정신을 잃은 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다 11월 숨졌다는 최씨의 진술에 설득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부모 모두에게 살인 혐의를 두고 수사 중이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2012년 10월 초 부천의 빌라 욕실에서 목욕을 싫어하던 아들이 넘어져 잠시 의식을 잃은 뒤 별다른 치료 없이 그대로 방치했다가 한 달 뒤 아들이 숨지자 시신을 심하게 훼손해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최씨는 영장실질심사에서 학대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아들을 살해하진 않았다”고 주장하고 부인에 대한 선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신을 냉동 보관한 이유 등에 대해서는 진술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변호사 자격을 보유한 경찰관 2명으로 법률지원팀을 구성, 다친 피해자를 장기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도 살인죄 적용이 가능한지 검토 중이다.

최씨는 사라진 시신 일부의 행방에 대해서는 “쓰레기봉투에 넣어버리거나 화장실 변기에 버렸다”고 진술했으나 시신을 수년간 집 냉동고에 보관한 경위, 시신 훼손 이유에 대해서는 진술을 거부했다. 그는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체포되기 직전 도주를 시도한 정황도 포착됐다.

경찰은 시신 발견 장소인 최씨 지인의 집에서 최씨 소유 배낭 1개, 천으로 된 장바구니 3개, 상자 1개, 점퍼 등 의류ㆍ속옷 40점, 세면용품, 다이어리 1점 등을 확보했다. 특히 중학교 동창 사이인 지인 집에서 발견한 현금 300만원은 도피 자금으로 활용하려 했을 정황이 있는 것으로 보고 출처와 용도를 조사하고 있다.

아내 한씨는 “남편이 아들을 지속적으로 체벌했고 당시 직장에서 남편의 연락을 받고 집에 가 보니 아들이 이미 숨져 있었다”며 “남편의 권유로 친정에 간 사이 아들의 시신을 훼손해 냉동실에 보관한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아들의 사망 ㆍ시신 훼손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딸의 육아 문제가 걱정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군의 유일한 형제인 여동생(10)은 부모가 모두 구속됨에 따라 인천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의 보호를 받고 있다. A군과 두 살 터울인 여동생은 “엄마, 아빠가 오빠를 버린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이 숨진 2012년에 A군은 초등 1학년, 여동생은 만 5살이었다. 아동보호기관은 여동생이 정상적으로 학교에 다녔으며,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은 정황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부부의 이사 경위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의 사망 시점에서 4개월 뒤 이사를 한 점으로 미루어 증거 인멸 의도를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전 주소지의 동네 주민은 “부인은 상당히 똑똑했지만 성격이 괴팍했고, 남편은 내성적이었다”며 “아이를 때리거나 소리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씨와 한씨를 분리해 A군의 사망 일시, 경위, 사망 후 시체 훼손ㆍ보관 사유 등에 대해 따로 조사하고 있다.

참고로 이번 사건은 지난 4년간 학교·교육청·지방자치단체 모두 장기 결석아동인 A군의 소재를 확인하지 못하고 방치했다는 점에서 지난해 말 발생한 ‘인천 11세 소녀 학대 사건’과 유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A군은 2012년 3월 같은 반 여학생을 괴롭혀 학생폭력자치대책위원회에 회부됐고 같은 해 4월 말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학교 측은 같은 해 5월 두 차례 A군 집에 출석 독려장을 보냈지만 반송됐다. 이어 A군 집과 동사무소에 ‘아이가 집에 있는지 확인해 달라’는 공문까지 보냈으나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최씨 부부는 물론 동사무소로부터 제대로 된 연락을 받지 못하자 6월 11일 담임교사와 1학년 부장교사가 직접 A군 집을 방문했지만 역시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간혹 담임교사가 한씨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지만 단 한 번도 아동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지는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 사건’의 B(12) 양도 온라인 게임에 중독된 아버지와 계모의 학대에 2년여 간 시달리다가 지난달 12일 빌라 2층 세탁실에서 가스 배관을 타고 탈출, 배고픔에 편의점에서 과자 등을 훔쳐 먹다 편의점 주인의 신고로 경찰에 인계됐다.

탈출 당시 반바지에 맨발이었던 B양은 최소한의 영양도 섭취하지 못한 탓에 4살 평균 몸무게인 16kg에 불과했다. B양도 2년간 장기 결석 중이었지만, 학교를 포함한 관련 기관 모두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why37@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