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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패와의 전쟁] ‘중수부’ 닮은꼴 특수단, 박근혜 정권엔 양날의 ‘칼’
[헤럴드경제=박일한기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중수부)가 간판을 바꿔 다시 등장한 것일까.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6일 전국 단위의 대형 사건을 전담할 ‘부패범죄특별수사단’(특수단) 설치 계획을 밝혔다. 정치 편향성 논란으로 폐지된 ‘중수부’와 조직 형태ㆍ기능이 유사하다. ‘중수부의 부활’이라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김기동 부패범죄특별수사단 신임 단장
윤곽을 드러낸 특수단 조직은 단장 아래 1팀, 2팀으로 구성된다. 중수부가 중수부장 밑에 1과와 2과, 첨단범죄수사과를 뒀던 것과 비슷하다. 법무부는 이번에 특수단 단장에 김기동(52ㆍ사법연수원 21기) 대전고검 차장(검사장)을 임명했다. 중수부장을 검사장급으로 앉혔던 것과 급이 다르지 않다. 단장 밑의 1, 2팀장이 고등검찰청 검사급인 것도 중수부의 1, 2과장과 같다.

중수부의 1과, 2과처럼 특수단 1팀, 2팀의 업무도 비슷하게 구분될 것으로 보인다. 중수부에서 1과는 정치인을 비롯한 고위공직자 비리, 2과는 대기업 비리를 주로 맡았다. 이번에 특수단 1팀장에 임명된 주영환(46ㆍ사법연수원 27기) 부산고검 검사는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맡는 등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에 적격이란 평가를 받는다. 2팀장이 된 한동훈(43ㆍ사법연수원 27기)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장은 기업 수사 전문가다. 이들의 면면만 봐도 1팀에선 고위공직자 비리, 2팀에선 기업 수사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필요에 따라 일선 검사를 수시로 불러들일 수 있는 권리를 가진 것도 중수부과 똑같다. 당장 팀별로 5~6명의 검사, 수사관이 배치될 것으로 보이지만 대형사건 수사를 착수하면 순식간에 대규모 수사조직으로 변신하는 시스템이다.

김수남 검찰총장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라는 간판을 단 만큼 기본적으로 대규모 부패사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대표적인 부패범죄로 꼽는 건 며칠전 발표한 김수남 검찰총장의 신년사에 잘 나타나 있다. 김 검찰총장은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사회지도층 비리,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국가재정 부실을 초래하는 기업ㆍ금융 비리, 국가안보의 균열을 가져오는 방위사업 비리를 발본색원해야 한다”며 “단호히 척결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수사 대상을 ‘부패범죄’에만 한정하지 않겠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전국 단위의 공안사건이든 과학범죄나 식품범죄 사건이든 일선 지검 차원에서 하기 어려운 사건을 제한 없이 다 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검찰총장도 신년사에서 제일 먼저 “아직도 우리 사회에 북한을 추종하면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세력이 곳곳에 숨어 있다”며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안사건에 대한 수사 필요성이 제기된다면 적극 나서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특수단도 중수부처럼 검찰총장의 직접 지휘를 받는다. 고등검찰청에 설치되지만 지휘 계통은 ‘대검 반부패부-검찰총장’이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특수단은 정식 직제로 편입된 조직이 아니다”면서도 “검찰총장이 지시하는 사건을 주로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찰청과 서울고등검찰청, 서울중앙지검은 도로 하나 사이에 서로 몰려 있다. 중앙 세동 건물 중 왼쪽 끝 흰색 건물이 대검찰청, 갈색 건물 뒷편 흰색 건물이 서울고등검찰청, 갈색 건물은 서울중앙지검.

검찰총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검찰총장의 지시는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결국 중수부를 폐지할 때 주요 이유가 된 ‘하명수사’ 논란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검찰을 활용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예컨대 올해 치러질 총선이나 내년 대선을 앞두고 특정 정치 세력에 치명타를 줄 만한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한다면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수단은 2년 남은 박근혜 정권에 오히려 부담스러운 존재가 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중수부는 정권 초기 대통령의 충직한 공무원 조직으로 ‘정치검찰’이라는 욕을 먹으면서까지 정권 비호를 위해 특정 세력을 공격하는 등 적극적이었지만, 정권 말기엔 대통령까지도 공격하는 양날의 칼이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특수단의 파워가 강해질수록 과거 중수부의 행로를 따라가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며 “중립성과 공정성을 지킬 수 있는 견제장치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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