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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꽁꽁언 스마트폰시장 3題] 서비스는‘무료’
우정본부 ‘제로요금제’ 첫날 가입자 폭주
이통사 ARPU매출 줄고 알뜰폰 고성장


통신 서비스 시장에도 불황의 그늘이 짙게 드리웠다. 용돈을 타 쓰는 철부지 학생도, 동내 마실 다니는 할머니도 모두 ‘8만원’ 짜리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쓰던 통신 시장의 이야기는 이제 추억이 됐다.

5일 미래창조과학부 우정사업본부는 ‘A 제로(ZERO)’ 요금제 출시 첫 날, 가입자가 480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국내 한 알뜰폰 사업자가 우체국 전용 상품으로 선보인 것으로, 매달 50분의 음성통화를 ‘0’원에 제공파는 파격적인 요금제다. 이날 평소와 달리 전국 각 우체국 알뜰폰 개통 창구마다 생긴 긴 줄은 한푼의 통신비도 아낄 수 밖에 없는 ’불황‘ 시대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줬다. 모바일 웹 검색이나 게임 같은 첨단 통신 서비스와 거리가 먼 노년층 뿐만 아니라, 최신 스마트폰을 쓰는 젊은 소비자들까지 ‘공짜 요금제’에 가입하기 위해 앞다퉈 모여들었다. 뒤늦게 찾아온 일부 노년층 소비자들이, 개통 가능한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는안내에 발길을 돌리는 모습도 심심치않게 볼 수 있었다.

데이터가 필요한 스마트폰 고객들이 ‘느리지만 값 싼’ 3G 구형 요금제를 선택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역시 우정사업본부가 이날부터 판매를 시작한 ‘A 6000’ 요금제도 하룻만에 1267명이 개통하는 깜짝 실적을 보여줬다. 기본요금 6000원에 음성 230분, 문자 100건, 데이터 500메가바이트(MB)라는 ‘파격적인 가격’이 느린 3G라는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는 모습이다.

통신 서비스 시장에 드리워진 ‘불황’의 그늘은 기존 이통 3사 실적에서도 엿볼 수 있다. 2만원을 가볍게 넘어 3만6000원 선까지 기세등등하게 오르던 이통사의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체 상태에 빠졌다. 집 전화와 인터넷, 그리고 엄마, 아빠, 아들, 딸 스마트폰까지 어느 새 20만원에 육박한 이동통신 요금이 대다수 중산층 소비자들조차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여기에 단통법으로 초기 구매 가격이 확 오른 스마트폰 값 까지 감안하면, 이제 값 싼 단말기는 물론, 값 싼 서비스를 찾아야 하는 것은 필수가 됐다.

반면 가입자 숫자 정체, 그리고 ARPU 정체라는 ‘2중고’에 시달리는 이통 3사와 달리, 알뜰폰은 단통법과 경기 부진이 만든 ‘불황’의 그늘 속에서 쑥쑥 자라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10%를 돌파한 시장 점유율은, 올해 말 20%선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파격적으로 보일 수 있는 요금제가 단기적으로는 해당 알뜰폰 업체의 가입자 확대에 기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며 “손해를 감수한 가입자 유치가 계속될 경우 새로운 문제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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