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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 지금이 과연 이도향촌(離都向村) 시대일까?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서울에 살던 직장인 A씨(35)는 2014년 결혼 직후 경기 화성시 봉담읍 봉담IC 주변의 중소형 아파트를 대출을 받아 장만했다. B씨(44)도 서울의 미친 전세 값을 감당 못해 2014년 상반기 분당신도시와 접해있는 광주시 오포읍의 아파트로 이사했다.

A씨와 B씨 모두 직장인이기에 당연히 농업인(농민)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집계하는 농촌인구에는 이들이 포함된다. 현행법에 농촌은 행정구역상 ‘동(洞)’을 제외한 전국의 읍ㆍ면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A씨와 B씨가 사는 곳은 통상 그려지는 농촌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수도권 읍ㆍ면에는 한창 조성 중이거나 개발 완료된 크고 작은 신도시(택지개발지구)들이 많다. 이들 신도시 또한 입주 시작 후 행정구역이 ‘동’으로 바뀌기 전까지 최소한 몇 년 간은 농촌으로 분류된다.

인구 100만명 안팎의 경기 용인ㆍ고양시 등에 속해있는 모든 읍ㆍ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들 읍ㆍ면의 중심지에는 이미 아파트와 상가, 공장 등이 빼곡히 들어선 지 오래다. 농촌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도시적이다.

일반인들이 떠올리는 농촌은 어떤 곳일까. 국어사전을 보면 ‘농촌은 주민의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는 마을이나 지역’이라고 쓰여 있다. 백과사전에는 ‘도시와 구별되는 사회 지리적 공간으로 주로 농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이 거주하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비춰보면 A씨와 B씨가 살고 있는 수도권 읍ㆍ면의 중심지, 택지개발지구 등은 사실 농촌으로 보기 어렵다. 지방 군 단위 지자체의 읍 중심지 또한 중소도시의 이미지가 매우 강하다. 현행법상 농촌이지만 실상은 도시나 다름없다.

요즘 ‘이촌향도’는 옛말이고 ‘이도향촌’시대가 도래했다는 보고서와 보도를 자주 접한다. 실제로 귀농ㆍ귀촌 열풍이 시작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불과 4년 만에 귀농ㆍ귀촌인구는 4067가구에서 4만4586가구로 10배 이상 급증했으니 이도향촌이란 말이 어색하지는 않다.

그러나 정부의 인구 통계를 보면 다르다. 정부 통계는 행정구역 기준으로는 농촌인구와 도시인구로, 토지 용도지역 기준으로는 도시지역 인구와 비도시지역 인구로 분류한다. 이에 따르면, 농촌인구는 2010년 523만7000명에서 2014년 487만7000명으로 4년 새 36만 명(6.8%)이 줄었다. 같은 기간 비도시지역 인구도 458만3000명에서 428만 명으로 역시 30만3000명(6.6%)이 감소했다.

흥미로운 점은 농촌인구에서 비슷한 개념의 비도시지역인구를 뺀 숫자가 2014년 기준 59만7000명에 달했다는 것. 이들은 토지용도상 도시지역에 살고 있으면서도 행정구역상으로는 농촌거주자로 분류되는 ‘이상한(?)’ 인구다. A씨와 B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문제는 귀농ㆍ귀촌열풍이 드셌던 2012~2014년 기간 중 ‘이상한(?)’ 인구 또한 계속 증가했다는 점이다. 2012년 43만2000명, 2013년 56만 명에 이어 2014년에는 59만7000명으로 전년대비 3만7000명이 늘었다. 2014년 귀농ㆍ귀촌인구(총 8만855명)의 45.7%나 된다.

A씨와 B씨 같은 이들의 이주를 두고 이도향촌이라고 착각하거나 호도해서는 안 될 일이다. 위기에 처한 농촌을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확한 농촌의 실태 파악과 그에 맞는 처방전이 중요하다. 지금이 이도향촌 시대라고 말하기에는 착시효과가 큰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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