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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진은 서울의 동쪽이 아니다”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드라마 ‘모래시계’를 계기로 해돋이 명소로 유명해진 강릉 정동진은 서울의 정 동쪽 바닷가가 아니라는 고증이 나왔다.

단국대 동양학연구원 선임연구원 장유승 박사는 4일 한국고전번역연구원의 ‘고전산문’을 통해, 이곳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인 매향비(埋香碑) 탁본을 근거로 이같이 밝혔다.

비석은 없고 탁본만 남아 있는 이 매향비에는 “강릉 정동촌 물가에 향나무 310그루를 묻는다”고 기록돼 있다.


향나무를 묻거나 심는 풍습은 향을 피우는 것과 비슷한 뜻이며, 제(祭)의 일종으로 마을의 안녕과 풍어, 풍년을 비는 의미를 지닌다.

동해안 바닷가에서 흔히 보이는데, 삼척시 근덕 맹방의 본래이름은 ‘매향방’으로 매화를 심거나 묻은데서 유래됐다.

장 박사는 매향비 건립시기는 1309년으로 고려 충선왕 1년이라고 적시했다. ‘정동촌’이라는 이름이 이미 고려시대부터 있었던 것이고, 고려의 수도가 개경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조선의 수도인 한양(서울)의 정 동쪽이라는 설명은 맞지 않는다.

송시열과 예학(禮學)에 대해 세기의 논쟁을 벌인 조선시대 사상가 허목(許穆, 1595~1682)은 자신의 저서 ‘기언(記言)’ 중 ‘삼척에 있을 때 지은 기행문에서 뽑은 글(陟州時記行鈔語)’ 편에서 정동진에 대해 이렇게 썼다.

‘화비령(火飛嶺) 남쪽에 정동(正東)이라는 곳이 있다. 동해 바닷가의 작은 산이다. 산은 모두 바위이고, 산의 나무는 모두 소나무이다. 춘분(春分)에 동쪽을 바라보면 해가 정중앙에서 뜬다. 마을 사람들이 신으로 섬기며 전염병이 돌면 기도를 드린다.’

장 박사는 ‘정동’은 이 글에 언급한대로 해가 정동 쪽에서 뜬다는 의미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부연했다.

과거 정동진에는 동해 용왕의 사당이 있었다. 이곳은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제사를 지내는 곳이 아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제사를 지내는 사전(祀典)의 대상으로 지정된 곳이다.

매화를 묻은 취지는 조선시대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허균(許筠)의 ‘중수동해용왕묘비(重修東海龍王廟碑)’에 따르면, 정동진에 있던 동해 용왕의 사당은 1536년(중종31) 양양으로 옮겨졌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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