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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최정호]공항철도, 새해에는 군살 빼고 체질도 개선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 철도인 인천공항철도가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혈세 먹는 하마로 불리던 인천공항철도에 투입될 뻔한 예산은 2014년까지 무려 15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6월에는 이를 절반 수준인 8조원으로 낮춰 약 7조원을 절감한 것이다. 7조원은 앞서 지난해 4월 개통된 호남고속철도를 하나 더 건설할 수 있는 규모에 해당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 동안 민자사업에서 계속 지적되어 온 높은 이용 요금에 대한 우려도 해소됐다. 일반적으로 민간사업자는 정부와 맺은 실시협약에 따라 요금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도로, 철도 등 민자사업의 요금이 높은 이유다.

이번 인천공항철도 협약 변경을 통해 요금결정권을 정부가 갖게 되어, 앞으로는 민간사업자와 마찰 없이 합리적 수준의 요금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체질 개선이 가능했을까?

인천공항철도는 인천공항역에서 서울역까지 총 61km 구간을 40분 대(직통 기준)에 연결하는 국내 유일의 공항연계철도이다. 부족한 정부재정 여건에도 불구하고 민자유치를 통해 인천공항철도를 성공적으로 개통하였으나, 그간 국민에게 부정적인 모습으로 비춰져온 이유는 바로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 때문이었다.

MRG는 민간사업자가 가져갈 일정수준의 수입을 미리 정해놓고 실제 수입이 이에 미치지 못하면 그 부족분을 정부가 민간사업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미리 정해 놓은 수입이 과거 부정확한 수요예측에 따라 부풀려져 있어 민간사업자는 투자금을 회수하고서도 막대한 이득을 취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언론, 시민사회 및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거세게 비판하였고 마침내 공항철도 대주주인 철도공사는 공항철도를 신규투자자에게 적정 금액에 매각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 기회를 활용해 MRG를 폐지하고 신규투자자에게는 최소한의 수익만 보장하는 ‘비용보전방식’으로 전환했다. 여기서 ‘최소한의 수익’은 금융기관 간 경쟁을 통해 결정됐다.

‘최저수익률’ 제안 경쟁 결과, 국내 민자사업 중 역대 최저 수준인 3.19%로 결정되었는데 이는 앞서 재구조화를 시행한 유사 사례(4% 중반) 보다 1% 이상 낮은 수준이다. 국제적인 저금리 추세에 따라 국내 금리가 안정되어 있고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시중자금이 풍부하다는 점을 적극 활용한 정부의 전략이 적중한 것이다. 인천공항철도 사례를 참고하여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 경전철인 부산~김해 경전철 사업 등 다른 민자사업도 사업재구조화를 서두르고 있다.

인천공항철도 재구조화는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의미 있는 일이 되었다.

공항철도(주)는 최소운영수입보장 체제하에서 발생했던 도덕적 해이를 타파하기 위해 정부가 지급하는 운영비 절감 여부에 대해 인센티브와 패널티 조항을 협약에 반영함으로써 운영효율화를 유도할 수 있는 동기부여 장치를 마련했다.금융권의 경우는 3조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을 최저 금리로 조달하기 위해 전통적인 금융조달 기법을 벗어나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했고 그 결과 국가시설 관리운영권을 담보로 낮은 금리의 채권을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등 국내 인프라 금융조달 기법을 한 단계 성숙시켰다.

정부도 규모가 크고 이해관계가 복잡한 교통시설 관련 민자사업이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게 되었고 이용자는 안정적인 요금으로 수준 높은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공항철도 재구조화는 초기 민자사업의 시행착오를 바로잡은 모범사례로 엄청난 MRG부담과 요금인상 요인을 해소하면 민자사업도 국민으로부터 지속적인 신뢰를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새해에도 정부는 민자사업의 도입 취지를 살려 민간이 건설하는 공공 시설에 대한 공공성을 강화하는 한편, 민간도 적정한 이윤을 추구할 수 있는 상생의 길을 마련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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