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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해라 2015] 미친 전세에 서울 떠나는 사람들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집주인이 2000만원 올려 달라기에, 20평(66㎡)짜리 아파트 대출금 갚을 돈으로 전세금 올려줬다고 전해라~’

‘미친 전세 때문에 돈없는 서민들은 바깥으로, 바깥으로 밀려 나간다고 전해라~’

2015년 부동산ㆍ주택 시장을 관통하는 단어 중 대표적인 게 ‘미친 전셋값’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조와 푸념, 원망이서린 글들이 유통되는 건 현실에 좌절한 서민들의 아픔 때문이다.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갈 돈에 조금 더 얹으면 집을 살 정도로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껑충 뛰었다. 정부가 저금리로 돈을 푼 것도 고삐 풀린 전셋값 트렌드를 부추겼다. 

2015 부동산은 전세난 등으로 대변되면서 한마디로 ‘미쳤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전세가율이 고공행진하면서 월세화 비중이 껑충 뛴 것이 올해 부동산 시장의 큰 특징이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헤럴드경제DB]

한 포털사이트엔 올 주택시장의 흐름을 짚는 글이 올라 있다. ‘2015년 주택시장은 전셋값 폭등으로 매매로 돌아서고 거래량이 많아지고 가격이 상승하니 세금은 더 많이 걷히고 있고…. 지방세 세수가 수 조원 더 걷혔다는 기사 봤습니다. 이 세금, 집주인이 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무주택자 호주머니에서 나왔습니다’

사실 올 주택시장을 뒤흔든 지독한 전세난은 작년부터 예견됐지만 충격파가 예상보다 강했다. 특히 서울ㆍ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 전세시장의 출렁임에 수요자들의 고통은 가중됐다. 

2015 부동산은 전세난 등으로 대변되면서 한마디로 ‘미쳤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전세가율이 고공행진하면서 월세화 비중이 껑충 뛴 것이 올해 부동산 시장의 큰 특징이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헤럴드경제DB]

▶재건축 이주ㆍ저금리의 악몽=연초 시장을 흔든 건 서울 강남권(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 재건축 단지의 이주 소식이었다.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연달아 이주 절차에 나서면서 새 보금자리를 찾는 이주민들과 다른 전세 수요자들이 뒤엉키며 국지적으로 전세난이 심화됐다.

서울 강동구는 그 중심에 있었다. 고덕동에 있는 고덕주공4단지(410가구)의 작년말 이주를 시작으로 고덕주공2단지와 명일동 삼익그린1단지까지 5000여가구가 비슷한 시기에 움직였다. 강남구와 서초구에서도 1~3월 사이에 재건축 아파트 2000가구 이상이 이주에 나섰다.

이들 단지들은 노후한 탓에 전세금 수준이 1억~2억원으로 비교적 저렴했고, 이주수요가 근거리에 있는 저렴한 아파트에만 몰리면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이어졌다. ‘탈(脫)서울’에 나선 일부 수요자들이 하남, 구리, 남양주, 광주 등 서울 근교의 저렴한 아파트로 몰리면서 이들 지역의 전셋값 상승률도 연초부터 고공행진을 했다.

재건축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이 아니더라도 시장엔 전세 매물이 가물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집주인들이 전세매물을 거둬들이고 보증부월세 형태로 다시 내놓은 영향이 컸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1월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89.1였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전세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이는 해당 지수가 처음 집계된 2000년 이후 1월에 기록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큰 상황은 새해 벽두부터 시장을 덮쳤다.

2015 부동산은 전세난 등으로 대변되면서 한마디로 ‘미쳤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전세가율이 고공행진하면서 월세화 비중이 껑충 뛴 것이 올해 부동산 시장의 큰 특징이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헤럴드경제DB]

▶전세가율 고공행진…월세화 질주=매달 발표된 아파트 전세가율 통계엔 언제나 ‘사상 최고치’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은 지난해 12월 사상 처음 70%를 넘어선 이후로 줄곧 오름세를 보였다. 서울에서는 성북ㆍ광진ㆍ동대문ㆍ서대문ㆍ관악ㆍ동작구 등이 전세가율 상승세를 이끌었다.

통상적으로 거래가 소강상태를 보이는 7~8월 한여름에도 전세금이 오르면서 전세가율은 가을의 길목에선 80%대까지 점령했다. 서울에선 8월에 성북구가 가장 먼저 전세가율 80%를 찍었고 강서와 서대문도 뒤를 이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평균치였을 뿐, 실제 거래된 내역을 살펴보면 일부 매매가격의 90% 수준을 넘어선 곳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상황이 이렇자 전세가율이 높은 일부 지역에서는 ‘깡통전세’ 리스크 염려 때문에 세입자들이 자발적으로 일부 월세를 내는 보증부월세(반전세) 형태로 계약을 바꾸는 현상이 목격되기도 했다.

전세 매물은 종적을 감추고 월세 물건만 쌓이면서 월세를 감수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그러면서 전ㆍ월세 거래량 가운데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달마다 높아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 사이 전국에서 체결된 주택 전ㆍ월세 거래량 가운데 44.1%는 월세 차지였다. 2년 전 같은 기간(39.3%)과 비교해서 5% 가까이 올랐다. 다세대ㆍ다가구주택의 월세 비중은 올해 48.7%(작년 47.2%)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에선 지난 9월을 기점으로 아파트를 제외한 주택의 월세 거래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이 추세대로라면 내년 하반기에서 내후년 상반기 사이엔 전체 주택거래의 전체 거래의 절반은 월세로 이뤄지는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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