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안전이다. 서울 북가좌1동 해님달님 시니어 모임 회원들은 옛이야기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안전 교육을 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이들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그들을 서울 가재울중앙교회에서 만났다. 가재울중앙교회는 북가좌 주민들에게 유휴 공간을 제공해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해님달님 시니어 회원들이 구연동화를 배우며 함께 활동을 시작한 것은 ‘서울시 이웃 만들기 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인형극이라면 어린이들에게 충분히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교회에서 만난 12명의 회원들은 구연동화와 놀이를 배우면서 아이들처럼 즐거워했다. 신문지로 종이접기 활동을 하면서 깔깔깔 웃는 모습이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들 모습 그대로이다. 또 도형을 만들어 설명하는 모습을 보면 학생 못지않은 상상력에 놀라울 정도이다.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일품이다.

▲ 구연동화 시간에 종이접기를 하며 즐거워하는 회원들

이들이 아이들에게 처음 전래놀이를 가르쳐주기 시작한 것은 지난 9월12일 나비울 공원 나눔장터부터다. 고무신 던지기, 제기차기, 고무줄 놀이, 죽방울 만들기 등 아이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놀이를 함께 하면서 아이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게임에 중독되거나 학원 공부에 바빠 운동 부족인 아이들에게 온몸으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우리 전래놀이를 가르치고, 부모랑 아이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 것이 마을사람들에게 호평을 받기 시작했다.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나라
 방망이로 두드리면 무엇이 될까
 금 나와라 와라 와라 뚝딱
 은 나와라 와라 와라 뚝딱”

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고무줄 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은 “고무줄 놀이가 어려워 보이는 것 같은 데 실제로 해보니 정말 신나고 재밌어요”라고 대답한다.

또 회원들은 이웃만들기 제안 사업으로 우리 문화 자투리 찾기도 함께 나섰다. 동네 어르신들에게 옛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정리하여 책으로 만들어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 들려주려는 시도다. 이야기를 채록하고 녹음하는 것이 어렵기는 했지만 그래도 우리 이야기의 맥을 이어가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존경스러울 정도다.

지난 11월26일 ‘꿈꾸는 세상’ 어린이도서관에서 인형극 공연을 할 때 새벽같이 나와 준비를 하던 그들은 대사 하나라도 놓칠까봐 전전긍긍하며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호랑이 역을 맡은 김용자 회원은 “아이들 앞에서 대사를 잊어버릴까 봐 자나 깨나 외웠어요. 화장실에 앉아서 외우기도 하고 자다가 일어나서도 외웠지요. 우리 손자 같은 아이들이 인형극을 보며 바른 인성교육을 할 수 있으리라 믿으며, 안전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싶었습니다.”

또 토끼와 해순이 역을 맡은 허금숙 회원은 “인형극을 만들 때 정말 재밌고 연습할 때는 더 재밌지요. 특히 발표할 때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 모습을 보니 좋았어요. 다음에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열심히 해서 더 잘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이날 공연에는 자연아이 어린이집 40명의 아이들이 초대됐다. 아이들은 할머니들이 연기하는 목소리가 정말 재미있다며 목청을 높였다. 또 심폐 소생술을 받는 호랑이를 보며 무서워하기도 했지만 안타까워하는 동심도 엿볼 수 있었다.

▲ 인형극 공연을 지켜보고 있는 자연아이 어린이집 어린이들

해님달님 회원들은 “전체 회원들이 참여를 할 수 있으면 더 좋았는데 인형을 만들고 공연 연습할 시간 맞추는 것이 제일 어려웠다”며 “강북삼성병원에서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법을 배운 것이 공연을 좀 더 재미있고 의미있게 만들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이웃 만들기 사업을 통해 주민들과 함께 소통하며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어 더욱 행복했다는 회원들은 시니어들의 잠재된 숨은 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앞으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초등학교 등을 찾아 인형극을 더 많이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서울시민이다=장은희 마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