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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때 ‘잘 나갔던’ 태블릿 어쩌다…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2010년 1월 27일,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가 세상에 공개됐다. 당시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를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의 기기로 정의하고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스마트폰도 아닌, PC도 아닌 이 ‘새로운 기기’는 ‘아이폰 4개를 붙여놓은 것 같다’는 혹평을 딛고 소비자들을 열광케 했다. 2000년대 초반 마이크로소프트(MS)가 먼저 선보였으나 잊혀졌던 태블릿PC의 존재가 그제야 인정받은 것이다. 태블릿PC가 승승장구하면서 한 때 태블릿이 PC시대의 종말을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5년도 채 지나지 않아 대화면 스마트폰에 치이고 초경량 노트북PC에 밀려 설 곳을 잃었다.


이달 초 공개된 시장조사기관 IDC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태블릿PC의 출하량은 2억1130만 대로 지난 해와 비교해 8.1% 가량 줄었다. 태블릿의 부진은 최근 애플의 보고서에서도 드러났다. 올해 애플의 회계연도 4분기(7~9월) 아이패드 판매량은 988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이는 2011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1000만 대 이하로 떨어진 성적이기도 하다.

태블릿PC는 스마트폰에 비해 문서나 동영상 등을 이용하는 데 편리하다는 강점으로 스마트폰을 보완하는 단말기로 자리 잡았다. 그 사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제조사들은 대화면을 원하는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입맛에 맞는 5인치 이상 크기의 스마트폰을 내놓기 시작했다. 자연히 넥서스7 시리즈(7인치)나 아이패드 미니(7.9인치)와 같은 소형 태블릿은 5인치 이상 대화면 스마트폰과 차별성을 가지기 어럽게 됐다. 그렇다고 화면을 키우자니 태블릿 고유의 강점인 휴대성을 해칠 공산이 크다. 최근 노트북들도 경쟁적으로 초슬림·초경량을 내세우면서, 태블릿은 스마트폰과 노트북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태블릿PC는 꼭 필요한 기기라기 보다 여유가 있으면 구매하는 부수적인 기기라는 인식에 머무르고 있다. 그렇다보니 휴대성을 유지하면서도 기존 PC를 대체할 만한 생산성을 어떻게 가질 것인 지가 관건이다. 활용도가 높은 기기라는 인식이 자리잡아야 지속적으로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IDC는 태블릿PC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차별화 된 기능을 내세운 진화된 형태의 태블릿이 시장의 부활을 이끌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단순 웹 검색 이상의 업무적인 활용을 원하는 이들에게 탈착식 키보드 제품은 이상적일 수 밖에 없다. IDC는 키보드 탈부착이 가능한 태블릿이 내년까지 7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수혜자는 MS이 될 것이라며, 윈도 기반 모바일 기기이 시장 점유율이 2019년까지 두 배 이상이 될 것으로 IDC는 내다봤다.

실제로 윈도우10을 탑재한 MS의 서피스 프로4는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태블릿의 강점인 휴대성은 물론, MS 제품인 만큼 오피스 프로그램을 활용하기에도 최적화됐다. 키보드로 사용할 수 있는 타입커버와 터치 패드는 PC 환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사용감 덕분에 업무용으로 활용하기에도 무리 없다는 반응이다.

한국MS의 홍보를 담당하는 이오스컴 측은 “서피스 프로4의 정확한 판매량은 공개할 수 없지만 한국에서 예약 판매를 시작한 10월 26일 당일 오전에 상위 i7 모델이 모두 완판됐다”며 “예약 판매 종료일 이전에 전 모델이 모두 완판됐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고, 11월 19일부터 공식 온라인·오프라인 판매처에서 정식 판매가 시작된 이후에도 사용자들의 꾸준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의 ‘아이패드 프로’(12.9인치) 역시 업무 활용도가 높아 전문가들 사이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지금까지 나온 아이패드 중 가장 넓은 화면을 자랑하는 아이패드 프로는, 고성능의 스타일러스 펜(애플펜슬) 덕분에 몸값을 높이고 있다. 처음엔 12만9000원이라는 비싼 펜 가격에 불만 섞인 반응이 컸으나, 후기가 확산되면서 사용감과 정교함에 관심을 보이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1초에 240회 터치 신호를 인식한다는 애플펜슬은 필압에 따라 연필 선의 굵기를 달라지는 것은 물론, 펜의 기울기에 따라 다른 질감을 표현할 수도 있다. 스케치를 직업 혹은 취미로 즐기는 이들에겐 최상의 선택이라는 평가다.

이 밖에도 구글은 내년 5월 중 화웨이 통해 7인치 화면의 3세대 ‘넥서스 7’를 선보일 예정이다. 대화면 태블릿이 최근 줄줄이 출시된 가운데 구글은 소형 태블릿으로 차별화를 꾀하는 동시에, 중저가 모델로 애플 아이패드 미니 등에 대항하려는 전략이다. 소니는 그간 스마트폰, 워크맨 등에 방진·방수 기능을 꾸준히 접목해 온 만큼, 내년 출시할 태블릿 ‘엑스페리아 Z6’ 역시 방수 기능을 강화해 선보일 예정이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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