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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섹스?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섹스 칼럼니스트 은하선씨
 베스트셀러 ’이기적 섹스’ 저자…“기존 칼럼, 남성중심적 시각 못 벗어나”
“여성에게는 섹스 선택할 자유 있어”…“사랑받지 않을 용기 가져라” 조언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섹스에 대한 칼럼을 쓰고 있지만, 섹스를 꼭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섹스를 싫어하거나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고, 그건 그것대로 존중받아야 하는 거죠. 섹스는 어디까지나 본인이 선택해야 할 문제예요.”

‘섹스 칼럼니스트라면 이럴 것이다’라는 막연한 환상이 있었다. 그 환상은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의 주인공 ‘캐리’와 맞닿아 있었다. 미국 뉴욕의 고층 빌딩에서 근무하며 “섹스가 아니면 곧 죽음을 달라”는 말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그런 이미지였다. 그러나 28일 수화기 너머로 만난 베스트셀러 ‘이기적 섹스’의 저자 은하선(필명ㆍ27ㆍ사진) 씨는 섹스 칼럼니스트의 전형과는 거리가 멀었다. 과연 그 어떤 섹스 칼럼니스트가 “섹스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거침없이 할 수 있을까.

은씨가 자신의 생생한 섹스 경험담을 담아 지난 8월 펴낸 책 ‘이기적 섹스’는 나오자마자 사회과학 분야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은씨가 대중 앞에 처음으로 섹스에 대한 발언을 쏟아낸 것은 2011년.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살면서 가장 즐겁게 해 온 일’을 ‘꾸준하게’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은씨는 털어놨다. 그는 “평소 관심이 있던 성인 용품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섹스 토이(sex toy)’ 후기를 올리기 시작했다”며 “이후 웹진 등에서 제의가 들어와 본격적으로 섹스 칼럼을 연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씨의 방향성은 확고했다. 그는 “소위 말하는 ‘섹스 칼럼’이라는 걸 읽어보면, ‘남자를 사로잡는 방법’, ‘칭찬은 남자를 강하게 한다’ 등 어떻게 하면 남자를 잘 구슬려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얘기만 하고 있다”며 “여자들이 섹스에 대한 얘기를 해도 결국 남성 중심적인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들이 섹스에 대해 말하는 것 자체가 여성의 ‘성 해방’을 의미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이제는 무엇을 어떻게 얘기하느냐가 중요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은씨는 “많은 매체에서 여성들에게 ‘남성들의 성적 요구에 부응하지 않으면 매력이 없다’는 식으로 불안을 조장하고 있지만 여성들에겐 섹스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며 “타인의 말에 휘둘리기보다는 내가 정말 섹스를 좋아하는지, 관심이 있는지에 대해 돌아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섹스 칼럼니스트로서의 자신의 ‘역할’이 “여성들에게 이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꾸준히 칼럼을 기고할 생각이라는 은씨는 마지막으로 여성들에게 “사랑받지 않을 용기를 가지라”고 조언했다. 그는 “여성들이 용기를 갖고 다같이 한 목소리를 내면 (여성의 희생만 강요하는)남성들도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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