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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직업윤리 안녕하셨나요①] 추락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 대한민국 사회지도층ㆍ고소득 전문직 직업윤리 ‘흔들’
- 정부기관 신뢰 땅에 떨어지고…전문직 범법행위 매년 증가
- 베테랑ㆍ내부자들 사회부조리 고발 영화 흥행…정명론 의미 되새길 때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자식은 자식답게(君君臣臣父父子子).’

공자(孔子)는 정명론(正名論)을 통해 사회구성원들의 역할과 책임을 역설했다.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서양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있다. 높은 사회적 신분에 걸맞는 도덕적 의무를 일컫는다.

‘정의의 여신’ 디케(Dike)의 모습. [출처=게티이미지]

‘대한민국호’(號)을 이끌고 있는 사회지도층과 고소득 전문직들은 2015년 한해 동안 두 가지 덕목을 잘 실천했을까. 당사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일반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올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7700명을 대상으로 ‘사회통합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한민국 주요기관에 대한 신뢰도는 법원(35%), 검찰(34.3%), 중앙정부부처(31.9%), 국회(15.3%) 순으로 조사됐다. 국민 10명 중 2~3명 정도만 정부 기관을 신뢰한다는 의미다. 그마저도 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후부터 매년 긍정적인 인식이 줄어들고 있다.

청렴성에 대한 인식은 더 심각하다. 법원ㆍ검찰ㆍ중앙부처가 청렴하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27~28% 수준에 그쳤다. 국회의 경우 ‘청렴하다’고 보는 국민은 이들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0.6%에 불과했다.

실제로 연초부터 연말까지 주요 사건ㆍ사건 뉴스란에는 고위층의 각종 비리와 부정에 대한 소식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사진=게티이미지]

지난 2월 ‘명동 사채왕’으로부터 사건해결 청탁과 함께 수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현직 판사가 구속기소됐다. 4월에는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정치권 실세들의 이름과 금품제공 정황이 담긴 ‘성완종 리스트’ 메모를 남기고 자살해 정치권에 큰 태풍을 일으켰다.

곧이어 박범훈 전 청와대 수석과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이 중앙대 특혜 비리에 연루돼 기소됐고, 박기춘ㆍ심학봉 전 국회의원도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금배지를 내려놓았다. 방위산업 비리 수사가 탄력을 받으면서 최윤희 전 합참의장 등 장성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기도 했다.

불법은 아니었지만 최근 청와대 인사와 장관 등 최고위 공직자들이 내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대거 사퇴하면서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많다”는 국민들의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비단 고위 공직자들의 얘기만은 아니다. 의사ㆍ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들의 위법 역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대검찰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2010년 범법행위로 수사기관에 적발된 의사와 변호사는 각각 4580명, 325명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4년 뒤 조사에서는 의사(5560명), 변호사(513명) 모두 10~40% 가까이 증가했다. 일반 공무원과 종교인의 경우에도 같은 기간 각각 1만3581명에서 1만9658명, 4868명에서 5168명으로 적발 숫자가 크게 늘어났다. 전문직들의 범죄유형 역시 단순 경제사건에서 살인ㆍ강도ㆍ성폭력 등 흉악범죄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반면 고위층 비리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대한민국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영화들은 올해 큰 성공을 거뒀다. 천만관객을 넘은 ‘베테랑’과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는 이례적으로 650만명을 돌파한 ‘내부자들’이 대표적이다.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은 CBS인터뷰에서 “지금 시대에 대중들이 느끼는 어떤 답답함이나 여러가지 것들을 이 영화들이 건드려준 지점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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