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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왁은 자연산? 원두는 RA인증? …커피 시장 이끄는 소비자의 힘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이 루왁커피는 자연산인가요?” “이 원두는 RA 인증 받은거예요?”

커피에 대한 전문적인 용어가 난무한다. 질문을 쏟아내는 이들은 커피 업계에 근무하는 전문가들이 아니다. 백화점을 찾은 소비자들이 어느덧 이 정도의 식견을 갖춘 것이다.

지난 18일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진행된 ‘2015 서울 카페쇼:에필로그’ 행사에서 참여 업체 직원들이 다양한 커피를 선보이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현대백화점 판교점 토파즈홀에서 열린 ‘2015 서울카페쇼:에필로그’ 행사는 기대보다 좋은 실적을 올리며 커피 애호가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이번 행사는 지난달 코엑스에서 진행된 ‘2015 서울카페쇼’의 후속격인 것으로, 카페쇼에 참여한 500여개 브랜드 중 현대백화점 바이어가 선정한 30여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지난 18일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진행된 ‘2015 서울 카페쇼:에필로그’ 행사에서 참여 업체 직원들이 다양한 커피를 선보이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가장 인기 있는 부스는 국내 최초의 커피박물관 ‘왈츠와 닥터만’이었다. ‘왈츠와 닥터만’은 인테리어 사업을 하다 일본에서 커피를 접한 후 커피 사업으로 길을 바꾼 박종만씨가 남양주에 세운 레스토랑겸 커피박물관이다. 박씨가 직접 고르고 로스팅한 원두로 내린다는 커피 맛을 소비자들이 수도권에서 접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유명세와 호기심 때문인지 ‘왈츠와 닥터만’ 부스는 시음을 하고 원두를 고르려는 소비자들로 북적거렸다.

지난 18일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진행된 ‘2015 서울 카페쇼:에필로그’ 행사에서 참여 업체 직원들이 다양한 커피를 선보이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이미 스타 반열에 오른 업체 외에 독특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신규 업체들도 소비자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했다. 포듐커피는 시험관에 원두를 담아 타원형 나무통 안에 채워 넣은 독특한 세트로 눈길을 끌었다. 포듐커피 관계자는 “시험관 안에 담은 원두는 갖고 다니기도 쉽고, 향이 날아가지 않아 언제 어디서든 최상의 커피를 즐길 수 있다”고 전했다. 부스를 찾은 주부들이 “한 번 쓰고 버리기에 용기가 너무 아깝다”고 지적하자 “시험관은 양념을 담을 때 재사용 할 수 있고, 나무통에 스마트폰을 넣어두면 통이 음악 스피커 증폭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캠핑장 맞춤형 커피 세트인 셈이다.

지난 18일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진행된 ‘2015 서울 카페쇼:에필로그’ 행사에서 참여 업체 직원들이 다양한 커피를 선보이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로스팅하우스의 직원들은 연신 “초콜릿 이전에 차를 먼저 드셔보세요”라며 차를 권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로스팅하우스는 생두 수입과 가공으로 입지를 다진 후 최근 카카오로 만든 차와 초콜릿을 선보이고 있는 업체다. 직원들은 “카카오에 아주 소량의 설탕만 넣어 만들었기 때문에, 건강한 초콜릿이다”라며 강조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확인한 커피 업계의 트렌드는 편의성과 고급화, 국산 업체의 약진 등이었다.

지난 18일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진행된 ‘2015 서울 카페쇼:에필로그’ 행사에서 참여 업체 직원들이 다양한 커피를 선보이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커피가 대중화되다 보니 언제 어디서든 쉽게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포장이 다양해지고 있었다. 대표적인 제품은 컵에 걸쳐 뜨거운 물을 붓기만 하면 드립커피가 되는 ‘드립백’이었다. 더치커피가 많이 눈에 띈 것도 편의성을 고려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알레그리아’ ‘드 발롱’ 등 많은 업체들이 작은 병에 담은 더치커피 원액을 소개했다. 더치커피 원액은 물에 희석하기만 하면 적절한 맛의 커피를 즐길 수 있어, 맛과 편의성 둘 다 잡은 상품이라 할 만 하다.

커피가 빠른 속도로 세분화, 고급화 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현상이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외국 딜러를 통해 생두를 들여오는 일이 많았지만, 이번 행사에 참여한 업체들은 대부분 해외 농장과 직거래를 하거나 경매에 직접 참여할 정도로 생두 구매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브라질, 에티오피아 정도가 대부분이었던 생두 산지도 파나마, 코스타리카, 인도네시아 등으로 매우 다양해졌다.

지난 18일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진행된 ‘2015 서울 카페쇼:에필로그’ 행사에서 참여 업체 직원들이 다양한 커피를 선보이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이 같은 트렌드는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커피 입맛이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은 직원들에게 “이 원두는 RA(친환경 재배) 인증을 받은 거냐”고 물을 정도로 전문적인 식견을 갖추고 있었다. 포듐커피 매장에서 루왁커피를 선보이자 “요즘은 사향고양이를 사육해서 루왁을 만든다던데, 이건 자연산(?)이냐”고 되물을 정도였다.

일본, 유럽, 미국 등의 업체들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커피 시장에서 국산 업체들이 도약하고 있다는 것도 반길만한 소식이었다. 생두 로스팅을 전문으로 하는 ‘알레그리아’는 한국인의 입맛에 최적화됐다고 평가받는 ‘정글 에스프레소 블렌딩’으로 행사장을 찾았다. 커피뿐 아니라 차 영역에서도 국산 업체가 눈에 띄었다. ‘룩아워티’는 우롱이나 홍차, 마테차 등을 기본으로 해서, 다양한 맛과 향을 내도록 차 잎을 섞은 ‘블렌딩 티’를 선보였다.

이번 행사는 지난 20일까지 3일간 매출액만 1억원, 방문객은 1만5000명을 기록했다. 목표보다 20% 상당 초과 달성한 실적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고객관리 등 백화점 마케팅의 장점을 공유해, 앞으로도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행사로 키워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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