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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보육대란 눈앞…‘애 가진 죄인’ 만드는 정부
[헤럴드경제=김현경 컨슈머팀 기자]“당장 다음달부터 몇십만원씩 내야 하는 건지 걱정이에요”

전국 130만명의 어린이집ㆍ유치원생 부모들이 설마설마 하던 일이 실제로 닥쳤다. 22일 서울시의회가 통과시킨 내년 예산안에서 유치원(만 3~5세) 누리과정 학비로 편성된 2521억원이 전액 삭감되면서 ‘보육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할 몫”이라며 아예 반영하지 않았고, 시의회는 “어린이집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도 반영할 수 없다”며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앞서 광주ㆍ전남 지방의회도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삭감했고, 경기도 역시 해당 예산을 삭감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보육대란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정부와 지자체는 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매년 핑퐁게임을 벌여왔고, 지난 10월에는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가 보육예산 삭감을 반대하며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부모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안 보내면 당장 맡길 데가 없고, 갑자기 매달 20만~40만원의 보육료를 더 내는 것도 부담되고, 어린이집ㆍ유치원이 휴업이라도 하게 되면 아이는 누구한테 맡기고 출근해야 하나 걱정되고…. 당사자가 아닌 정부와 지자체의 싸움을 바라보면서 당사자인 부모들은 ‘애 가진 죄인’ 신세가 됐다.

출산을 장려한다면서 관련 예산은 줄이는 정부를 부모들은 더 이상 믿지 않는다. 이미 여러번 속아왔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불만을 가질 순 있지만 정부나 지자체의 결정을 바꿀 힘은 없다. 그냥 일방적인 결정에 따르고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는 약자의 입장이다.

하지만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로 이민 가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살아가는 국민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사회가 얼마나 안정되고 정권이 얼마나 유지될지는 의문이다. 정부든 지자체든 민심과 지지도가 필요한 위치라면 보다 영리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싸움을 중단하고 진짜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결국 누리과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9일 후면 다가올 새해에 ‘보육대란’이 일어나지 않기를 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란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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