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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간개발 초읽기 한남동 외국인아파트…80년代에 수영장까지 ‘도심 속 작은천국’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한때 정부는 국내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들을 위해 곳곳에 아파트를 건설했다. 부촌(富村)으로 통하는 지금의 유엔(UN)빌리지나, 한강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남산 기슭에는 남산 외인아파트가 대표적이다.

남산1호터널을 빠져나와 오른쪽에 자리잡은 한남 외국인아파트(한남동 670-1번지 일대)도 그런 목적에서 지어진 단지다. 


한남동 670-1번지 일대에 자리를 잡은 이 아파트는 1970년대 말 공사를 시작해 1980년 4층짜리 6개 동이 먼저 준공됐고, 15층짜리 4개 동은 1981~1982년 사이 준공과 입주가 이뤄졌다. 저층과 고층을 아울러 모두 684가구 규모였다. 공급면적 기준으로 76~138㎡(23~42평) 사이의 모두 6개 주택형으로 나뉘어 있다.

당시 한국 정부는 미군 측에 부지를 제공(공여)하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전신인 대한주택공사가 시공한 뒤에 임대를 했다. 입주 뒤에 임대관리는 ㈜뉴하우징이 맡았다. 현재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업형임대주택(뉴스테이)’의 형님격으로 볼 수 있다.

이 단지는 ‘서울 속의 작은 미국’이었다. 인근에 있는 미군기지(메인ㆍ사우스포스트)에 근무하는 미군과 군속, 그들의 가족이 거주했다. 단지 안에는 408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공간을 비롯해 놀이터, 상가, 수영장까지 갖추고 있어서 당시 서울에서는 보기 드문 선진국형 주거공간으로 통했다. 


주택관리공단 백운엽 팀장은 “평소에는 내국인 출입이 통제됐고 매년 단지 안에 있는 축구장과 야구장에서 축제가 열릴 때나 외부인에게도 공개됐는데 인기가 무척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 1994년 남산 외인아파트는 철거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한남동 외국인아파트는 꿋꿋히 살아남아 주한(駐韓) 미국인들의 보금자리가 됐다.

그 사이에 주변 한남동과 이태원동의 땅값과 집값은 크게 뛰었다. 인근 유엔빌리지의 경우 실거래가가 3.3㎡당 5000만~6000만원에 달할 정도다. 한 개발 시행사 관계자는 “뒤에는 남산을, 앞에는 한강을 끼고 있어 기가막힌 입지다. 업계에선 진작부터 한남 외국인아파트 부지를 서울의 ‘황금알’ 땅으로 꼽았다”고 말했다.

시설이 노후화되면서 2004년부터 2009년 사이엔 리모델링 공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내부가 너무 좁다”, “화장실 악취가 심하다”, “겨울철 난방이 잘 안된다”, “벌레와 쥐가 너무 출몰한다” 같은 거주자들의 민원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2개 가구를 1개로 통합하는 공사가 병행되면서 리모델링 이후엔 총 가구수가 500가구 수준으로 줄었다.

미군 용산기지의 평택 이전이 결정되면서 순차적으로 거주자들이 이주했고, 지난해 11월 1일 이후로는 빈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앞으로 민간이 이 부지를 매입해 개발을 시작하게 되면 새로운 이야기들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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