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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가짜톡’과 중2병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나랑 같이 영화본다고 약속하면 시험 잘 볼께요”“알았어요”“쌤 너무 좋아여”“나도 좋아해요”“사랑해요! 우리 결혼해요”“그런 말 하면 안되죠”“쌤 이제 자야겠어요”“잘 자요”

이게 무슨 일이래?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자는 아이의 리시버를 빼주다 그냥 훤하게 드러난 하트 만발의 카톡 메시지에 화들짝 놀라 가슴이 두근거렸다. 딸의 메시지를 몰래 봤니, 안 봤니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니 요즘 비비 바르고 틴트 바르고 하는 게 어느 학원쌤을 좋아하는 거였나? 깨워 물어봐, 말어? 잠을 뒤척이다 다음 날 별거 아닌 척 TV를 보면서 물어봤다.

“세훈 쌤이 누구야?”“무슨 말이야?”

“너 잘 때 음악 듣더라도 시간 맞춰 놓고 자랬잖아, 밤새 귀에서 윙윙대면 숙면이 되겠어?”

혼내는 모드로 살짝 위축감을 주고 그게 도대체 뭔 내용이냐고 물었다. 중2딸의 대답은 의외였다. “그냥 노는 거야”“그냥 놀다니, 그런 말을 하면서 노니?”

“아니 그게 아니고 게임이라고”“뭐?”

“그럼 사진과 이름은 뭐야?”

카톡을 보고 페이스북에서 동명이름을 찾았지만 매칭을 못시킨 터였다.

“그건 내가 좋아하는 얼굴, 이름을 지정하고 대화하는 거야.”

“그런 게임이 있어?”“응 가짜톡!”

한편으론 안심이 됐지만 그런 식으로 노는게 맞는지 판단이 안 섰다. 중2 여자아이의 마음은 지금 한창 달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연예인급 체육 교생이 왔다고, 체육시간에 교생이 자기한테 서브 잘했다고 ‘나이스’했다며, 황홀해 하던 딸이었다.

딸은 가짜 톡의 상대방이 내놓는 반응과 말이 궁금하고 재미있다고 한다. 가짜 상대는 마치 ‘캔디’의 남자 주인공처럼 멋지고 다정해 보였다. 이걸 사이버 연애연습이라 해야 하나? 섣부르게 리얼 데이트 하는 것 보다 이게 나은 걸까?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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