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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죽그릇 들고 시작한 ‘대륙의 실력’ 레이쥔
- 2010년, 레이쥔 동료들과 좁쌀죽 한 사발 들며 샤오미 창업
- 2012년 이후 샤오미 기업가치 4배↑, 개인자산도 16.6조 껑충
- 일각선 “과대예측 기반한 기업가치 아닌가”우려도



[헤럴드경제 = 슈퍼리치팀 천예선ㆍ윤현종 기자] 먼저 사진 한 장을 보자.

[출처=레이쥔 웨이보(微博ㆍ중국의 사회관계망(SNS) 서비스)]

게재시간:2012년 4월 6일 오전11시33분(현지시간)

사진장소:베이징 북서부 하이디엔(海淀)구 인구(銀谷)빌딩 807호

상황:2010년 4월 6일. 중국 인터넷기업 샤오미(小米)가 베이징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中關村)인근 한 빌딩 400㎡(구 121평)규모 사무실에서 닻을 올렸다. 사진 맨 오른쪽에 있는 창업자 레이쥔(雷軍ㆍ46)과 맨 왼쪽에 선 공동창업자 리완창(黎萬强ㆍ38) 등 5명이 샤오미(좁쌀)죽 그릇을 들며 창업을 축하하고 있다.
 
레이쥔은 회사 창립 2주년을 맞아 자신의 웨이보에 이 사진을 올리며 아래와 같이 코멘트했다.
“2년 전 오늘, 샤오미가 소리없이 문을 열었습니다. 막 시작해 직원도 7∼8명에 불과했습니다. 사무실도 휑했죠. 그날 아리(공동창업자 리완창의 애칭)의 아버님이 새벽 5시에 일어나 좁쌀죽을 만들어 10시쯤 가져오셨습니다. 죽 한 사발 같이 먹으며 우리의 유일한 창립기념식을 치렀습니다. 그리고 출근했습니다”

레이쥔 샤오미 창업자(오른쪽 세 번째)와 그의 동료들. [출처 = 봉황과기]

창립 5년 8개월여가 지났다. 일찍이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이젠 좁쌀이 아니라 큰 쌀(大米)”이라 평했을 정도로 샤오미는 급성장했다. 아직 비상장 기업인 이 회사 가치는 레이쥔이 ‘죽그릇 포스팅’을 한 2012년 이후 10배 이상 뛰었다. 레이쥔 개인자산도 같은 기간 38배 늘었다.

올해 한국에서도 샤오미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최근 1개월간 팔린 샤오미 제품군 매출규모(오픈마켓 ‘옥션’ 기준)는 올 1월 대비 495% 늘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아서다. ‘대륙의 실수’라는 일부 국내 매체의 무분별한 조롱이 무색해졌다.

그런데 일부 분석가들은 이 같은 성과에 기댄 샤오미의 미래가 기로에 서 있다고 평한다. 증시에 데뷔하지 않은 이 회사 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된 것 아니냔 의문도 제기한다. 기업공개(IPO) 여부도 변수다. 이는 자산 포트폴리오 89%를 샤오미 주식으로 구성한 레이쥔 개인 돈줄과도 관련 있는 문제다.

▶ 54조원 ‘좁쌀’의 가치, 어떻게 나왔나 = 작년 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샤오미의 기업가치가 460억달러(54조4640억원)로 평가받았단 소식을 전했다. 각국 언론은 이 내용을 앞다퉈 전했다. 2014∼2015년 간 레이쥔의 자산가치도 104% 뛴 140억달러(920억위안ㆍ16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세계가 그를 다시 바라본 이유 중 하나가 됐다. 그러나 샤오미 기업가치의 산출방식까지 소개한 언론은 많지 않았다
사실 증시에 등장하지 않은 회사 가치를 평가하는 건 쉽지 않다. 기본적인 재무정보가 부족해서다.

샤오미 기업가치 추이

하지만 이는 투자유치 과정에서 드러난다. 예를 들어 비상장사 A가 B기업에서 투자를 받으려면 C라는 제3의 회사가 A의 상태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가 필요하다. 이 때 C는 A의 재무구조ㆍ영업실적ㆍ중장기 성장가능성 등을 모두 살핀다. 이를 바탕으로 A기업 주식 1주당 가치 등이 계산된다. 보통 “투자 후 가치(Post-money valuation)”로 불린다.

샤오미는 이 투자 후 가치가 작년 말 기준 450억∼460억달러였다.
더 자세히 보자. 분석가들은 샤오미의 기업가치 산출 시 미국 애플의 전례를 참고했다. 애플의 경우 증시 상장 후 기업가치가 매출액 3.8배 수준으로 뛰었다. 블룸버그 등은 샤오미가 상장할 경우 매출액 대비 3.75배의 가치를 지닐 것으로 예상했다. 이 수치는 ‘450억달러’ 계산의 기반이 됐다.

▶ 무너진 ‘예상치’ = 작년에 나온 샤오미 기업가치의 주된 근거는 당시 매출액, 그리고 올해 예상치였다. 2015년 벽두에 레이쥔은 2014년 단말기 출하량이 6112만대라고 밝혔다. 매출액은 113억달러(743억위안ㆍ13조4000억원가량)였다. 당시 그가 계획한 올해 단말기 판매목표는 1억대였다. 레이쥔은 이미 2014년 3월 이 같은 청사진을 현지언론에 공개한 상태였다. ‘기업가치 450억달러’엔 이런 내용도 일정부분 반영됐다.

샤오미의 보급형 스마트폰 ‘홍미2A’. 지난 11월 출하량 1100만대를 넘겼다.

그러나 2016년을 바라보는 현재, 샤오미의 1억대 목표는 달성이 힘들어졌단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지난 10월 말 미국 시장조사업체 IDC는 샤오미 단말기의 1∼3분기 누적 출하량을 5210만대로 집계했다.
 
3개월치 실적이 남았지만 목표량 절반을 조금 넘겼을 뿐이다. IDC는 “(이 같은 추세를 볼 때)4분기를 합쳐도 계획했던 8000만∼1억대를 기록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밝지만은 않은 미래, 그리고 기업공개 = 일련의 데이터들은 한 달도 되지 않아 혹평을 낳았다. 샤오미의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높은 평가를 받았단 분석이 나오기 시작한 것.

지난달 26일(현지시각) 포브스는 “샤오미가 성장과 평가절하의 기로에 섰다”고 전했다. 스마트폰 판매부진 등의 성과가 반영돼서다.

2003년 이래 각국 정부ㆍ주요 언론의 연구자문 등을 맡고있는 에디슨리서치(Edison Research)도 “샤오미가 제대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현재 기업가치 450억달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큰 평가절하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포브스는 레이쥔 측에 돈을 댄 투자자들이 샤오미의 기업가치를 재평가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평했다. 현재 샤오미엔 싱가포르 국부펀드ㆍ홍콩 소재 모닝사이드그룹 등이 투자하고 있다. 페이스북 초창기에 돈을 댔던 글로벌 투자기업 DST도 들어있다.
미국 진출을 앞두고 맞닥뜨린 특허소송도 이 회사의 걸림돌 중 하나다.

제2회 세계인터넷대회에 참석한 레이쥔(왼쪽에서 두번째ㆍ스크린), 리옌훙 바이두 창업자(왼쪽 세번째), 마화텅 텐센트 창업자( 맨 오른쪽). [출처=중국국제인터넷]

이처럼 우려섞인 시선은 향후 샤오미의 기업공개(IPO)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레이쥔은 지난 17일 중국 저장(折江)성 우전(烏鎭)에서 열린 제2회 세계인터넷대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샤오미는 아직 증시에 상장할 필요가 없다”며 “이후 몇년간 IPO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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