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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정이 내 집” 28년간 함정 근무 조귀래 준위 명예해군상
-해군 제1회 명예해군상 시상식 16일 개최
-헌신 부문에는 이가영 해군대위, 용기 부문 한상민 해군하사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올해 처음 제정된 해군의 명예해군상 수상자로 33년 군 복무 기간 중 28년을 묵묵히 함정에서만 근무한 ‘뱃사람 중의 뱃사람’ 조귀래 해군준위(53, 준사관 53기, 원산함 보수관) 등 4명이 선정됐다. 

첫 명예해군상 수상자들.

해군은 16일 해군사관학교 대회의실에서 열린 후반기 해군지휘관회의에서 정호섭 해군참모총장 주관으로 명예해군상 시상식을 가졌다. 이날 시상식에서 ‘명예’ 부문에 조귀래 해군준위와 정무운 해병상사(해병부사관 222기, 해병교육단 수색교육대 교관)가, ‘헌신’ 부문에는 이가영 해군대위(간호52기, 해군포항병원 외과간호장교)가, ‘용기’ 부문에는 한상민 해군하사(해군부사관 238기, 장보고함 전자부사관)가 각각 명예해군상을 받았다.

명예해군상은 해군문화 혁신을 위한 ‘명예해군 운동’에 장병 및 군무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군 3대 핵심가치로 제정된 ‘명예ㆍ헌신ㆍ용기’ 분야의 공헌자(개인 또는 단체)를 연 1회 표창하는 것이다.

이번 첫 명예해군상에는 해군, 해병대 각 부대에서 후보자 21명을 추천했다. 해군본부는 지난 10일 해군참모차장 주관으로 해군중앙공적심사위원회를 개최해 심사과정을 거친 뒤 수상자를 선발했다.

이날 명예해군상을 수상한 조귀래 준위는 33년의 군 복무 기간 중 28년간 함정근무를 했다. 1982년 해군에 입대해 1983년 5월 해군부사관 84기(내연)로 임관한 조 준위는 고속수송함 경남함을 시작으로 초계함 2척, 상륙함 3척, 특수전지원함 1척, 고속정 3척, 호위함 1척, 군수지원함 1척, 구축함 1척, 기뢰부설함 1척 등 총 14척의 함정에서 디젤엔진 운용과 함정보수 임무를 담당하며 묵묵히 대한민국의 바다를 지켜왔다.

해군 준사관 중에서는 최장기 함정근무 경력을 보유한 조 준위는 중사 때 한 번, 준사관 진급 후 두 번 등 단 세 차례만 육상근무를 했다. 해군 준사관과 부사관의 경우 평균 30년 군 복무 중 20년 정도 해상근무를 하는 것을 고려할 때 조 준위의 함정근무는 특기할 만 하다.

특히 그는 해군작전사령부와 1,2,3함대 등 전 함대와 전 해역에서 함정근무를 경험했고, 주임원사도 두 번이나 역임하며 수병들의 아버지 역할을 묵묵하게 수행해 왔다. 청해부대 4진(강감찬함)으로 해외 파병도 다녀왔고 순항 훈련도 두 번이나 참가했다. 그는 해외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 청해부대 파병 경험을 군 생활 중 가장 보람 있었던 일로 꼽는다.

2018년 6월 전역 예정인 조 준위는 군 복무 마지막 보직으로 또다시 함정근무를 자원해 올해 7월부터 기뢰부설함 원산함의 보수관(14번째) 임무를 수행 중이다. 한편 조 준위는 아버지(2009년 사망)도 해군 정비창 군무원으로 정년퇴임했고, 두 아들 중 장남(조용진, 20)도 부경대 해군학군단 2학년으로 재학 중인 3대 해군가족이기도 하다. 

첫 명예해군상 수상자들.

조 준위는 해군 군가 중 ‘해양가’의 ‘나의 집은 배~란다’라는 가사와 같이 함정을 집처럼, 전우를 가족처럼 아끼며 33년간 대한민국의 바다를 지킨 ‘뱃사람 중의 뱃사람’이다.

그는 “가족처럼 서로를 배려하며 일사불란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함정 생활이 적성에 맞았다. 군 생활 신조가 ‘희생’이다. 조금씩 양보하고 힘든 일은 내가 먼저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함정 근무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두 아들이 출동 나가지 말고 같이 있어 달라고 할 때였다. 함정 근무를 마지막까지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해군과 그동안 묵묵히 성원해 준 가족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한편 조 준위와 함께 ‘명예’ 부문 공동 수상자인 정무운 해병상사는 1993년 해병대 부사관 222기로 임관했다. 그는 22년간의 군 복무 중 12년을 해병대 중에서도 최정예로 손꼽히는 수색대대(교육부대 포함)에서 근무했다. 또한 해병대 신병교육을 담당하는 교관으로서 신병 대상 단계별 체력강화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강한 해병대 육성’에 일조해 이번 명예해군상 ‘명예’ 부문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헌신’ 부문 수상자 이가영 대위는 2012년 간호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해군 간호장교로 임관했다.

이 대위는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 에볼라 긴급 구호대에 지원해 올해 1월 10일부터 5주간 에볼라 감염 환자를 돌봤다. 또한 2014년 세월호 침몰사건 때는 범정부사고대책본부에 파견돼 진도 체육관에서 희생자 가족에 대한 의료지원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등 군인으로서 강한 소명의식을 발휘한 점을 인정받았다.

‘용기’ 부문 수상자 한상민 하사는 2013년 3월 해군부사관(전자) 238기로 임관했다. 구축함을 타다가 잠수함 승조원을 지원해 2014년 11월 잠수함 장보고함의 전자사로 부임했다. 한 하사는 지난 11월 2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당직근무 수행 중 건조 중인 잠수함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발견해 주저 없이 가장 먼저 소화기를 들고 뛰어들어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후 조선소 직원들에게 소화전에서 소화호스를 가져오라고 알리고 소방요원들이 도착하자 잠수함 구조를 잘 알고 있는 자신이 앞장서 발화현장까지 소화호스를 들고 함께 진입해 수소가스 밸브 차단 등 인화물질을 제거하고 화재를 진압했다. 이날 위험을 무릎쓴 한 하사의 초동조치로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화재가 인명피해 없이 초기에 진압됐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1월 19일 한 하사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명예해군상 시상식을 주관한 정호섭 해군참모총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강한 해군, 해병대 건설을 위해 묵묵히 최선을 다한 수상자들이야말로 군인의 명예가 무엇인지 실천으로 보여준 진정한 영웅들”이라고 치하하고 “전 장병은 군인의 명예를 가장 소중히 여기고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필승해군, 명예해군을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한편, 정호섭 해군참모총장은 취임 이후 제2의 창군 수준으로 해군문화를 혁신하고 윤리, 도덕심을 재무장해 명예를 회복하는 것만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임을 강조해 왔다. 해군은 이를 위해 ‘명예ㆍ헌신ㆍ용기’의 해군 3대 핵심가치를 제정하는 한편 ‘명예해군 7대 윤리지침’을 정해 참모총장 특별지침으로 전 부대에 시달했다.

해군 3대 핵심가치 중 ‘명예’는 해군으로서의 삶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군인답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자세이며, ‘헌신’은 개인 안위보다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하고 충성하는 자세, ‘용기’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임무를 올바르게 완수하는 기상과 당당한 자세를 말한다. 또한 ‘명예해군 7대 윤리지침’은 가장 정직하고 도덕적인 조직으로 재탄생하겠다는 해군의 의지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 기준과 지침이다.

전 해군, 해병대 장성 및 병과장은 16일 오전 지휘관회의를 시작으로 해군사관학교에서 1박 2일간 합숙하며 방산비리 등 악성사고 및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문화 근절을 위한 명예해군 운동 추진성과를 평가했다. 또한 본연의 임무 완수에 매진하는 강한 해군, 해병대 건설을 위한 ‘해군 역점업무’에 대해 집중 토론할 예정이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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