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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우주도시의 권력은 걸음걸이, 배명훈의 ‘첫숨’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올해로 데뷔 10년차인 소설가 배명훈은 ‘믿고 보는’ 젊은 작가에 속한다. 물리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우주적 상상력 위에 세운 그의 인공도시는 이제 낯설지 않다.

장편소설 ‘첫숨’(문학과지성사)은 달과 화성에서의 삶이 가능해지고, 많은 스페이스콜로니들이 우주에 떠 있는 시기, 인구 6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 우주 정착지 ‘첫숨’에서 벌어진 비밀무기추격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첫숨/배명훈 지음/문학과지성사

첫숨은 원통모양으로 생긴 콜로니이다. 두 개의 도시 구역으로 이뤄진 이 도시민들은 왜 두개의 원통 실린더가 필요한지 궁금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인구가 적어도 50만명 이상은 돼야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의 디저트 가게가 공적 자금 유입없이 자생적으로 발생하고 유지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백화점, 술집, 고급식당도 마찬가지다.

이 스페이스 콜로니는 1970년대 제라드 오닐이 묘사한 우주정착지를 차용했다고 ‘작가의 말’에 썼다. 2분에 한번 자전하는 첫숨은 회전축과의 거리에 따라 중력이 달라진다. 고층 건물의 경우 층수에 따라 중력이 달라지고 장소의 용도가 달라진다. 대부분의 저중력 공간은 산업시설이나 실험실로, 그 일부는 화성이나 달 출신 사람들의 거주지역으로 사용된다. 이 물리적인 중력차이가 걸음걸이의 차이, 권력의차이로 드러나는게 흥미롭다.

소설은 지구에서 거대한 비자금을 폭로했다가 모함으로 쫒겨나듯 망명한 최신학과 달에서 무용수로 활약하다가 달기지 철수 계획으로 고향을 떠난 한묵희가 주인공. 한묵희는 첫숨의 맞은편에 위치한 원통 맞숨에서 비밀리에 만들어지고 있는 무기를 확인하기 위해 공연장에 무언가를 설치해달라는 제안을 받고 고민한다.

익숙함과 낯설음이 만들어내는 긴장감. 특유의 위트와 지적 설계 등 배명훈 SF의 매력을 한껏 맛볼 수 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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