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예산정국 여야 득실 비교해보니…與 사실상 완승
[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내년도 예산안이 3일 새벽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한달 넘게 지속돼온 ‘예산안 정국’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여야는 내년 총선 의석을 겨냥한 선심성 예산을 챙기느라 바빴고 정치 쟁점이 걸린 예산의 삭감ㆍ증감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또 예산안에 쟁점법안을 연계시키며 ‘벼랑 끝 전술’을 펼치기도 했다. 혼란 끝에 내년도 예산안은 법정 처리기한인 2일 자정을 48분 넘긴 3일 새벽 처리됐다.



막판까지 신경전이 치열했지만 막상 수정예산안의 뚜껑을 열어보니 여당의 싱거운 승리란 게 정치권의 평가다. 예산안과 연계 처리된 쟁점법안에서도 여당이 실익을 챙겼다는 분석이다.

▶지역별 SCO 사실상 與 압승=일단 여야가 내년 총선을 위해 서로 자신의 텃밭을 위해 챙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규모는 지역별로 차이가 컸다.

대구ㆍ경북(TK) SOC 예산은 출발선부터가 달랐다. 당초 국토교통부의 편성 예산에서 기획재정부 심의를 거치며 5593억원이 증액된 채 국회로 왔다. 야당은 지역 형평성을 이유로 삭감을 주장했지만 원안대로 유지됐다.

다만 야당은 호남ㆍ충청 SOC 예산으로 1200억원을 추가로 챙기는데 그쳤다. 예산 심의 과정에서 증액됐지만 사실상 야당이 ‘손해 본 장사’란 게 중론이다.

전반적으로 내년도 예산 총액은 당초 정부안(386조7000억원)에서 3000억원이 순삭감됐지만 SOC 예산은 오히려 4000억원 가량 늘었다. 그만큼 여야가 총선을 겨냥해 선신성 예산을 나눠먹기식으로 주고 받았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정치적으로 쟁점이 됐던 예산은 대체로 원안을 유지했다. 야당이 ‘박근혜 표’ 예산으로 규정한 새마을운동지원 예산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극히 일부인 3000만원이 소폭 감액됐다. 또 야당이 정치 목적 활용이 우려된다며 감액을 주장한 나라사랑정신계승발전사업 예산은 정부 원안인 100억원에서 20억원이 감액됐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조사로 논란을 논란을 부른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예산도 원안을 유지했다. 여당이 정치적 편향성을 이유로 삭감까지 주장했지만 정부 원안대로 통과됐다.

예산 정국의 최대 뇌관이었던 누리과정 예산은 지방교육청 지원 예산 3000억원을 목적예비비 형태로 편성해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가 교육청의 재정 부담을 덜어준 만큼 교육청이 자체적으로 교육재정교부금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하는 식이다. 그러나 지방교육청은 이는 ‘꼼수 예산’이라며 근본적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자당 소속 진보교육감을 달래는 것도 숙제로 남았다.

▶쟁점법안 처리도 野 실익 없어=예산안과 연계된 쟁점법안 처리도 야당의 실익은 없었다. 표면적으로는 여당의 관광진흥법ㆍ국제의료사업지원법을 야당의 모자보건법ㆍ전공의법ㆍ대리점거래공정화법과 맞바꿔 균형을 맞춘 듯 하지만 법안의 경중을 따질 때 균형추가 여당 쪽으로 쏠린다.

여당 입장에선 경제활성화 3법 가운데 관광진흥법ㆍ국제의료사업지원법을 통과시키며 국정 후반에 청년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에 한껏 드라이브를 걸 수 있게 됐다.

여당은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을 정한 국회선진화법을 활용해 노동개혁 5법도 예산안에 연계하는 전략을 펼쳤다. 비록 예산안과 함께 이번 본회의에서 처리되진 않았지만 사실상 노동개혁 입법의 첫발을 떼게 된 형국이다. 특히 야당은 노동개혁 5법 가운에 기간제법ㆍ파견법은 비정규직 근로자만 양산할 뿐이라며 강력히 반발해 소관 상임위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조차 법안 심사가 가로 막힌 상황이었다.

결론적으로 야당은 이번 예산 정국에서 그동안 자신들이 법안 처리 과정에서 ‘방패막이’로 활용해왔던 국회선진화법에 발등을 찍힌 셈이다.

법정 처리기한까지 여야가 수정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자동부의된 정부안이 내년도 예산안으로 굳어지는 만큼 야당은 협상 테이블을 걷어차기 어려웠다. 실제 야당은 주요 쟁점법안을 연계하며 법안 처리에 동의해주지 않으면 정부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kihu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