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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우왕좌왕 갈팡질팡…국회는 또 춤췄다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조용하다. 국회는 또 아침을 맞이했다. 새벽까지 국회의사당 주위엔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 3일 아침 국회는 고요했다. 

그래도 유심히 살펴보면 간밤 격정의 ‘무도회’는 흔적을 남겼다. 정론관(기자실) 쓰레기통엔 밤새 끼니를 때운 도시락 봉지가 넘쳐났다. 정수기엔 물도 다 떨어졌다. 본회의장 앞을 청소하는 미화원은 한숨을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국회는 밤을 잊고 춤췄다.

중차대한 입법 절차를 ‘춤췄다’고 적고 나니 너무했다 싶다. 다른 말을 고민해보는데, 마땅치 않다. 현장에서 목도한 지난 2일, 그리고 3일 새벽까지 이어진 국회는 그랬다.

결론은 처음과 같았다. 여야가 합의한 대로 내년도 예산안, 그리고 5대 쟁점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미 합의한 대로다. 그런데 과정은 시계제로, 예측불가의 ‘춤사위’였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합의한 내용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 걸리는가 하면, 당내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상임위원회는 줄줄이 법안 심사를 거부했다. 새누리당은 강경했다. 합의를 이행하라며 ‘파트너’에 틈을 내주지 않았다. 국회의장에 직권상정도 요구하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애간장 태우는 설전만 반복됐다. 예산안과 법안을 연계한 여당을 비난하면서도 협상 부실을 이유로 원내지도부에도 화살을 돌렸다. 결국, 여야는 기존 합의문을 수정한 끝에 당의 추인을 받았다. 그리고 새벽, 예산안과 쟁점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었다. 될 듯 안 될 듯 애간장을 태운 하루는 이처럼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마치 한 편의 공연을 본 듯하다. 이미 정해진 결론을 향하면서도, 우왕좌왕 갈팡질팡 행보를 보이며 드라마틱한 요소를 곳곳에 넣어뒀다. 그 덕에 지루할 틈은 없었다.

그런데 뒷맛이 이상하다. 뻐근한 보람은 없고, 놀림당한 듯 허탈함만 남는다. 다시 생각해보니 지난 국회의 공연은 ‘춤’이 아녔나 보다. 화합과 통합이 실종된 여의도에서 어떡하든 의무방어라도 하겠다는 국회의원들의 ‘몸부림’이었나 보다. 춤이 아닌 몸부림은 지켜보는 이도 고통이다. 이제야 알겠다. 이 허탈함의 근원을.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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