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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FTA 1조기금’야합 후폭풍]與도‘기부의 탈을 쓴 준조세 뜯기’가세…기업들 반발 확산
年1000억씩 10년간 사실상 강제기부
“총선 겨냥한 표퓰리즘”비난 쇄도
여야 책임 떠넘기기도 도마위에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 후폭풍이 거세다. 진원지는 여야가 합의한 1조원 규모의 농어촌 상생기금이다. 협상 과정에서 피해보전 대책으로 여야가 합의한 이 문구 하나가 정치권을 비롯, 재계를 들끓게 하고 있다. 자발적 기부라 표현했지만, 현장에선 압박이란 반발이 쏟아진다. 청년희망펀드 ‘강제 기부’ 논란의 재탕 격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기부란 명목으로 재계를 옥죄는, 정치권의 ‘표심 구애’가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여야는 한ㆍ중 FTA 비준안을 합의하면서 피해보전대책으로 민간기업, 공기업, 농ㆍ수협의 자발적 기부금을 재원으로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총 1조원의 상생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 같은 대책이 발표된 이후 사실상 준조세(세금은 아니지만 세금처럼 납부해야 하는 부담금)란 반발에 직면했다.
거센 반발에 여야 모두 복잡한 속내다. 책임을 상대방에 떠넘기는 기류도 엿보인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비준안 통과 이후 “FTA 할 때마다 이렇게 재정을 축내면 큰 일 날 것 같다. 이런 식이라면 FTA를 안 하는 게 낫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야당이 무역이익공유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ㆍ중 FTA 비준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고집하면서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라며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이 이를 원해서 수용한 게 아니라는 의미다.

야당도 정부ㆍ여당에 책임을 돌리는 형국이다. 정부가 제시한 대안이니 정부에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민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부가 책임지고 하겠다며 내놓은 대안이기 때문에 잘 정리하리라 본다”고 선을 그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농어업담당 원내부대표인 신정훈 의원은 “당연히 예상된 반발”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조세적 성격 없이 기부 형식으로 가면 당연히 반발하게 된다”며 “정부가 무역이득공유제를 회피하다 보니 오히려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무역이득공유제가 아닌 우회적인 방법으로 상생기금을 조성한 데 따른 불만이다.

여야 모두 표면적으론 불만족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여당은 야당 탓에 불가피하게 이를 수용했다는, 야당은 무역이득공유제 대신 편법처럼 대책을 수립했다는 불만이다. 그럼에도 이 대책은 한ㆍ중 FTA 비준안 통과라는 당면과제에 밀려 세밀한 논의 없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통과 배경에는 내년 총선을 감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퓰리즘의 유혹이다. 당장 농어촌 표심이 중요한 시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지원대책을 내놔야 했다는 정치공학적 접근이다. 상생기금 조성에 여야 모두 반대할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이후 농어촌에 천문학적인 돈이 투자됐지만, 효과는 미비했다”며 “이번 1조원 상생기금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사실상 국회의원의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 농어촌 체질개선이 아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돈을 낭비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상수ㆍ장필수 기자/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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