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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김경환] 건설산업, 순망치한(脣亡齒寒)을 생각하며…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는 말이다. 입술과 이는 서로 의지하는 공생관계에 있다. 인간과 자연, 정부와 국민 등 우리 주변에서도 이러한 공생관계는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산업 분야에도 협력적 공생관계가 존재한다. 건설 산업 역시 발주자, 원도급자, 하도급자, 자재ㆍ장비 업자, 건설근로자 등 참여자 간 긴밀한 협력이 요구되는 대표적인 분야이다. 특히 국민 안전과 직결되어 있어 참여자 간 파트너십은 어느 분야보다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건설산업은 ‘갑질’, ‘반칙’ 등 각종 부정적 이미지로 덧칠되어 있을 정도로 이러한 협력이 기대만큼 원활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여러 참여자들이 대등한 관계에 있기 보다는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이른바 ‘갑을(甲乙)’ 관계에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 할 것이다.

건설 분야에 만연한 불공정 관행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협력을 기대할 수 없으며, 건설 산업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그동안 정부는 가장 문제가 컸던 하도급자, 자재ㆍ장비 업자, 건설근로자 등 건설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하위 참여자들에 대한 고질적인 불공정 행위들을 개선하기 위해 제도적 기틀을 다지는데 주력해 왔다.

이제는 발주자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불공정 관행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할 시점이다.

계약서상 부당특약 강요, 비용 전가 등 건설 현장에는 아직도 적지 않은 발주자의 갑질이 만연해 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했다. 발주자는 수원(水源)의 최상류에 있다. 상류에서부터 오염된 물을 흘려보내면 최하류의 현장 근로자는 오염된 물을 마실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는 올해 3월부터 공공 발주기관, 연구원, 업계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가며 근본적 개선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특히 공공 발주기관이 불공정 관행 개선에 적극 동참토록 유도하여 발주자의 불공정행위가 근본적으로 근절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공사 현장에 만연해 있던 발주기관의 불공정 사례들이 상당 부분 개선됐다.

우선 건설업체가 계약법령 규정과 달리 공사비를 부당하게 삭감 당하지 않도록 했다. 사업 인허가, 각종 민원처리 등 공사 수행에 필수적인 발주자의 과업을 건설업체에게 부당하게 전가하지 못하도록 하였고, 안전을 위해 소요되는 비용을 법정 요율대로 정확히 반영토록 하여 시설물의 품질확보는 물론, 참여자간 상생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 또 계약내용 변경 청구, 소송 제기 등 건설업체의 정당한 권리를 제한하는 내부 규정을 모두 개선토록 했다.

이와 함께 민간공사 시행중에 자주 발생하는 지체상금 과다 요구 등 문제점을 개선한 ‘민간공사 표준도급계약서’를 권고하여 금번 개선방안이 공공 발주자 뿐만 아니라 민간을 포함한 건설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도록 했다.

이제 정부와 발주자, 건설업계의 공동 노력으로 건설 분야의 불공정관행 근절을 위한 토대는 마련됐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정책도 실천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중요한 것은 발주자의 개선의지와 실천이다. 발주자가 그간의 구습을 탈피하지 않고서는 건설 산업의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발주자가 변하고 건설업계도 고품질로써 화답할 때 건설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국민 안전, 그리고 국민의 신뢰가 담보될 수 있을 것이다. 건설 분야를 시작으로 사회 전반의 불공정한 영역으로도 이러한 ‘제자리잡기’가 확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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