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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5점인데 1400만원 줄게”…더 교묘해진 청약통장 불법거래
-기자가 직접 전화해보니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점수합계가 65점이니 1400만원정도 받을 수 있습니다. 내년 5월 공공주택이 나올때까지 기다리면 거기에 1000만원정도 더 얹어 받을 수 있습니다.”

올 한해 전국에 청약광풍이 몰아치면서 여기저기서 청약통장이 불법으로 거래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생활정보지 중 한 곳에서 ‘청약통장’이라는 문구를 달고 광고를 하고 있는 업체 중 일부에서 청약통장 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약통장 사고팝니다’라는 문구를 달고 거리나 지하철 등에서 전단지 형식으로 배포되던 불법 청약통장 매매광고가 진화된 방법으로 생활정보지까지 진출해 있는 것이다.

주요 생활정보지 한 곳에서 ‘청약통장’이라는 문구로 광고를 하고 있는 5곳 중 3곳에 전화를 한 결과, 2곳에서 청약통장 매입의사를 밝혔다. 사진은 한 생활정보지 캡처화면.

헤럴드경제가 A 생활정보지 서울 B 지역 판의 아파트/연립/빌라 면에 실린 ’청약통장’이라는 문구의 광고 5곳 중 3곳을 확인한 결과, 2곳에서 청약통장거래가 이뤄지고 있었다. 기자라고는 밝히지 않았다.

확인한 세곳 중 한 곳에서는 기초정보를 물었고 기자가 ‘36살, 미혼, 청약통장 가입기간 5년정도’라는 답을 내놓자 업자는 “우리는 청약컨설팅을 하며 통장을 사고팔지는 않는다”면서 “조금 더 기다려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이후 기자는 업계 관계자를 통해 당첨 확률이 높은 인적사항을 구성하고, 다른 곳에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결혼기간 15년, 41살, 자녀는 두명, 서울거주, 청약통장 부금기간 11년’이라고 했다. 

청약광풍이 휩쓸면서 전봇대와 지하철 등에 ‘청약통장 사고팝니다’라는 전단지가 뿌려졌다. 사진은 지난해부터 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청약통장 사고팝니다’ 전단지.

기자가 생활정보지 광고를 보고 전화한다고 말하자, “몇가지만 물을께요”라는 말이 돌아왔다. 결혼여부, 주택소유여부, 혼인신고한지 15년 경과 여부, 청약통장 부금 기간, 부금금액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

업자는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을 때마다 실시간으로 계산결과를 알려준 뒤, 총 65점이라는 답을 내놨다. 이어 업자는 “아파트 청약을 들려고 하느냐, 아니면 통장을 팔려고 하느냐”를 물었고, “통장을 팔려고 한다”고 하자 “1400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가격을 더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냐고 묻자 “내년 5월 이후 판다면 공공분양이 있어 1000만원정도 더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돌아왔다.

한 군데 더 전화를 걸었다. 이 업체도 기자에게 비슷한 질문을 했지만, 청약통장 매입 외에 또 다른 제안을 했다. 통장을 자신에게 파는 방법외에 통장을 대여하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청약통장을 1년간 빌려주면, 자신이 이 통장으로 투자를 하고, 당첨후 피(fee)가 그 피를 일정한 비율로 (예를 들어 7대3 등) 나누면 된다고 했다. 본 기자는 생각을 해보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청약통장을 거래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청약통장을 사고판 당사자는 물론 거래 알선과 광고행위자 모두 처벌 대상으로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는다. 또 주택공급 계약이 취소되며 최대 10년 동안 청약 자격이 제한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청약통장 광고가 생활정보지에 올라와 있는 것일까. 생활정보지 관계자는 “기존에는 ‘청약통장 사고 팝니다’라는 한줄 짜리 광고가 있었지만 이는 불법이라 더이상 광고를 받지 않았다”며 “이후 ‘사고팝니다’라는 말이 빠진 뒤, ‘청약통장’이라는 말만 붙은 광고가 붙었다. 단순히 청약상담 광고인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모니터링을 더 열심히 하겠다”며 “각 지점에 이와 관련한 공지를 전달하겠다”고 했다.

감독기관도 이와 관련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어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일이 다 확인하기는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생활정보지는 현장에 가지 않고도 확인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하자 “모니터링을 더 하겠다”는 말을 내놓았다.

한편 국토부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청약통장 불법거래 적발건수는 149건에 달했다. 서울이 38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북(19건)과 대구(17건), 부산(15건) 등 분양시장 열기가 뜨거운 경상권의 청약통장 불법거래도 적지 않았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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