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혼돈시대 해법 ‘정주영 리더십’]저성장, 청년실업, 패배주의...아산의 ‘캔두이즘’이 솔루션
[헤럴드경제=조동석 기자]알고 있는 능력(知)보다 할 수 있는 능력(行)을 중시한다. 그렇다고 지식을 등한시한 것도 아니다. 평생 좋은 책 찾아 읽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의 “해봤어?”는 도전하면 성공한다는 사고방식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2001년 타계한 아산(峨山) 정주영 명예회장이 25일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중동 건설 현장을 누비고, 500원짜리 지폐의 거북선을 보여주며 중공업을 일으킬 자본을 조달하고, 독자기술로 자동차를 개발한 기업가 ‘정주영’. 그리고 소떼 방북 등을 통해 통일의 초석을 다진 ‘아산’.

1953년 부인 변중석 여사와 함께

특히 이런 아산의 도전정신은 대를 이어 유지되고 있다. 헤럴드경제는 아산의 삶에서 열정과 통찰을 얻기 위해 아산 탄생 100주년을 맞아 ‘대(代)를 잇는 기업가 정신’ 시리즈를 싣는다.

기회를 잡으면 놓치지 않은, 스스로 생존법칙을 만들어낸, 참혹한 환경을 성공의 주춧돌로 삼은 아산은 주어진 여건에 불만을 느끼고 좌절하기보다 난관을 헤쳐나갔다. 지금이야말로 ‘제2의 정주영’이 필요하다.

1978년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공사현장에서

▶“더 나은 건 없을까?”=아산에게 창조와 혁신은 가까이 있었다. 기존의 사업관행에 늘 의문을 품고 새로운 것을 고안했다. 안되면 새롭고 다른 방법으로 하겠다는 의지다. 그는 상식에 얽매여 고정관념의 테두리 속에서 갇힌 사람은 아무런 창의력을 기대할 수 없다고 봤다.

서산 간척사업의 방조제 최종 물막이 공사는 유명한 일화다. 그는 빠른 물살로 고전했지만, 방조제 사이를 유조선으로 가로막고 여기에 바닷물을 넣어 바닥에 가라앉힌 다음 조수의 유입을 차단하는 ‘정주영 공법’을 새롭게 탄생시켰다.

1984년 서산 간척사업 현장에서의 아산

아산은 이전에 해본 적이 없는 새로운 사업이나 해외진출 등 위험도가 높은 영역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조성해야 했다. 그 결과 조직은 위험에 도전했다. 불확실성과 모호성, 혼란을 스스로 뛰어넘는 조직이 됐다. 혁신과 창의는 그를 무모한 도전자에서 성공한 기업가로 만든 원동력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김주현 통일준비위 경제분과 위원장은 “아산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을 앞서 봤다. 첫째가 자동차이고 조선이었다. 이후에는 상선, 철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게 혜안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1985년 포니엑셀 신차 발표회에서

▶아산의 ‘캔두이즘(Candoism)'=“모든 일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만이 해낼 수 있다.” 때로는 밀어붙이기만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산은 새로운 관점과 기법을 창의적으로 적용하는 혁신적 사고방식이 있었기에, 불가능하다고 했던 일들을 이뤄냈다. 주변에서 ‘무모하다’, ‘불가능하다’고 말릴 때 아산은 “하기나 해봤어?”라며 일축했다.

1998년 서산농장에 키운 ‘통일소’를 몰고 판문점을 넘어 방북하는 모습

1980년대 현대종합상사 일본 도쿄 지점장 김진수 씨는 이렇게 회상한다.

“일본에 배 파세요.” (정주영)

“회장님, 일본은 해운왕국입니다. 조선왕국입니다.” (김진수)

“해봤어?” (정주영)

김 씨는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해보지도 않았으니 딱히 할말도 없었다. “길이 없으면 만들어가자” 아산이 직원들을 다독인 말이다.


특히 아산은 기업을 바닥부터 시작해 정상의 자리에 올려놨다. 인수합병이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은 “아산은 스스로 땅을 찾아 말뚝을 박고, 길을 닦아 공장을 지어 굴뚝을 올려 기업을 해 가는 것을 좋아했다”고 회상했다. 맨 손으로 일궈냈다는 의미다.

1999년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을 방문한 정주영 회장

▶“누구나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서 뭐 하겠나”=“어떤 일이 어렵다는 것은 뒤집어 보면 그것이 아무나 못하는 일이고, 따라서 그것을 성취하면 그만큼 가치가 크고 열매도 풍성할 것이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나 해서 뭐 하겠나?” 아산이 젊은이들에게 한 말이다.

현대그룹 창업자 정주영

아산이 전경련 회장으로 있을 때 보좌한 박정웅(전 전경련 상무) 메이텍 인터내셔널 대표는 “사람들은 정 회장이 배운 게 없어서 뭘 모르고 덤빈다고 비웃었다. ‘만약 정 회장의 업적이 없었다면 우리의 위상은 어땠을까’라고 그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고 말했다.

저성장, 고실업, 저물가 등 요즘 한국에게 주어진 도전과제는 시간이 흐르면 해결될 게 아니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아산을 키운 것은 거듭된 시련이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은 스스로 패배의식에 빠져 있다.


아산 정주영은 “사주팔자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는 게 아니라, 자신이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때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성공, 실패가 판가름난다”고 현 세대에 외치고 있다.


‘나는 그저 꽤 부유한 노동자’라고 생각한 아산. 그가 보여준 사업보국, 도전정신, 공동체의식, 근검절약, 신뢰는 시대를 뛰어넘는 불멸의 명제이기에, 2015년 한국은 제2의 아산이 나타나기를 꿈꾸고 있다. 그의 발자취가 너무나 컸기에 빈자리도 크다.

dscho@heraldcorp.com

아산 일대기

1915년 강원 통천 아산리 출생

1940년 자동차 수리공장 아도서비스 개업

1950년 현대건설 설립

1968년 경부고속도로 착공

1972년 현대조선소 착공

1976년 한국 최초 고유모델 자동차 포니 생산

1977년 전경련 회장 선출. 아산재단 설립

1981년 88 서울올림픽 유치 성공

1983년 현대전자 설립

1991년 통일국민당 창당

1998년 소떼 방북. 북한 김정일 위원장 면담

2001년 타계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