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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 분쟁전문기자 하영식 “IS 절대로 전쟁 멈추지 않을 것“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만약에 이라크가 IS에 의해 계속 수세에 몰리고 바그다드가 IS에 넘어간다고 가정할 때 이라크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이란이 IS와의 전쟁에 개입할 것이다. 이란과의 전쟁이 시작되면 중동일대는 거대한 전화에 휩싸일 것이다.”

분쟁지역 전문기자로 현장을 뛰고 있는 하영식씨가 펴낸 ‘IS를 말하다’(불어라바람아)는 IS의 파리 테러가 전 세계를 흔들어놓고 있는 가운데 마치 이런 상황을 예견이라도 한 듯 출간돼 화제다. 저자는 2003년 아시아 언론인으로서는 최초로 쿠르드 게릴라 기지인 칸딜 산을 방문해 쿠르드 게릴라들의 삶과 활동을 취재했으며, 2014년에는 우크라이나와 시리아의 코바니에서 벌어졌던 전쟁을 현지 취재해 소개한 바 있다.

IS를 말하다/하영식 지음/불어라바람아

IS의 실체를 직접 접한 저자의 이야기라 생생하고 설득적이다. 현장의 힘을 가진 책은 그가 직접 만난 IS로부터 오랫동안 고통을 받아온 쿠르드 민족과 예즈디 사람들의 삶, IS의 실체와 IS와 전쟁을 벌이는 사람들, IS에 의해 삶의 터전을 빼앗긴 사람들의 현장의 목소리가 그대로 담겼다. 특히 저널리스트적 통찰로 IS와 국제관계를 분석한 대목은 새롭고 놀랍다.

저자에 따르면, IS가 세력을 갖게 된 때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시리아가 민주화로 들끓던 2010년이다. 대부분의 지하드 집단은 2010년 이라크에서 미국이 철수하기 전만해도 거의 섬멸상태였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은 시리아 민주화시위 당시 아사드정권을 밀어내는 데만 집중한 나머지 아사드의 반대편에서 대해서는 아예 눈을 감아버렸다. 이라크에서 미국의 감시와 탄압으로 숨을 못쉬던 수니파 지하드 분자들이 시리아 국경이 허술한 틈을 타 시리아로 넘어가기 시작한 것. 이들은 시리아의 수니파 지역에 머물면서 아사드 정권에 대항하는 무장봉기를 준비하고 미국과 유럽은 아사드 정권퇴진을 위해 이들을 지원했다. 이들의 정체를 알고도 눈을 감은 것이다.

저자는 “사실상 미국과 유럽의 엄청난 지원이 간접적으로 IS로 흘러 들어갔고 이것을 통해 시리아 영토를 점령하고 장악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15쪽)고 말한다.

미국의 정책은 ‘온건한 저항그룹’은 지원한다는 것. 저자는 미국의 지원을 받으려고 온건한 척 하지만 사실은 모두 IS와 알카에다에 소속된 알누스전선과 협력하고 충성을 맹세한 지하드 그룹들이라고 지적한다.

저자가 보는 온건한 무장그룹은 오직 쿠르드족 밖에 없다. IS와 같은 수니파 무슬림이지만 온건하고 합리적으로 분류된다. 이들이 연초 코바니에서 IS와 맞서 물리친 사건은 유명하다. IS의 탄탄대로에 제동을 건 것이다.

저자가 보여주는 IS를 둘러싼 중동과 미국, 유럽의 속사정은 좀 복잡하다. 터키는 IS의 대항마격인 쿠르드 민족을 지원하는 걸 결사반대한다. 쿠르드 민족의 지상과제는 민족국가 수립. 쿠르드 민족의 국가수립은 터키의 앞날과 맞물려 있다. 현재 쿠르드 민족이 집중적으로 모여 사는 곳인 터키의 동부 지역이 쿠르드 민족국가 수립으로 분할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 북부의 쿠르디스탄이 국가를 수립하면 곧 전쟁에 돌입하겠다고 위협을 가하는 이유다.

저자는 군부가 실세인 터키가 동부 지역 쿠르드인들에게 자치권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억압정책이 이어질 경우 내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IS를 둘러싼 중동의 이해관계는 따지고보면 간단하다. 사우디와 이란, 수니와 시아간의 경쟁과 충돌이 가장 큰 구도이다.

아사드 정권의 생사를 걸고 진행되고 있는 시리아 전쟁도 민주나 인권보다는 수니파와 시아파의 충돌이다. 저자는 “서구의 시각인 민주주의와 인권의 문제로서 중동을 바라보면 도저히 중동문제가 이해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중동문제의 본질을 놓치게 된다”고 강조한다.

현재 예맨 전쟁도 마찬가지다. 시리아 아사드 정권에 대한 이란의 지원을 약화시키고 IS를 돕기 위해 사우디가 전선을 확대시킨 것이란 분석이다.

그렇다면 IS의 끝은 어디일까. 저자는 중동의 열강인 사우디나 터키가 시아파의 종주국인 이란을 약화시키기 위해 IS를 지원하는 상황에서는 IS가 소멸되리라 기대하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한다.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은 바람 앞에 등불격이다. 필사적으로 방어하고 있는 수도 다마스쿠스가 IS손에 떨어지면 정권은 무너질 것으로 본다. 현재 시리아의 절반 이상의 영토를 차지한 IS는 다마스쿠스에 근접한 거리까지 진주해온 상황. 지난 5월 이라크의 라마디가 IS에 함락되면서 바그다드도 위험에 처해 있다. 바그다드가 함락되면 이라크는 IS손에 들어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되면 이라크와 접한 이란은 IS와 전쟁을 벌일 수 밖에 없고 중동은 거대한 전화에 휩싸이게 된다는 논리이다.

IS의 목표는 이슬람제국을 세우는 일이다. 현재 IS가 차지한 땅은 사우디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데 영토가 확정되고 전쟁이 정리되면 IS의 사상적 모국이자 든든한 후원자인 사우디와 통합을 선언, 대사우디아라비아가 들어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책에는 IS와 맞서고 있는 쿠르드 민족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듬뿍 담겨있다. 6.25전쟁에 참전한 터키 용사의 60%가 쿠르드 용사였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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