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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서울시민이다] 마을에서 대안을 찾는 청년아지트 '강동팟'


"세상에 지친 청년들이 서로 위로가 될 수 있는 아지트
 남들과는 조금 다르지만, 
 새로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역동적인 아지트
 협력을 통해 마을의 새로운 에너지를 창출하는 아지트
 청년아지트 강동팟을 소개합니다!”



위 글귀는 '청년아지트 강동팟'의 소개 책자에 나오는 내용이다. 꿈과 새로운 에너지에 대한 희망찬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낭만적으로 보이지만은 않는다.

이유야 주관적일 수 있겠지만, 이 시대 청년에 대해 말해보라고 누군가 마이크를 건넨다면 청년실업, 청년주거, 열정페이 등 몇 시간이고 레퀴엠 같은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청년들에게 '아지트'는 사회용어로서 '사회에서 합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활동을 비밀리에 지도하는 본부. 원래는 공산당의 용어였으나 지금은 주로 노동쟁의와 같은 급진적인 활동에서 사용'과 같은 의미를 내포한다.

즉 이 시대 청년들은 사회에서 합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들이고, 근거지를 만들어 함께 생존을 도모하지 않으면 안 될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동팟엔 삶의 가치를, 삶의 아름다움을 찾는 청년들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청년으로 사는 건 어렵지만 청년들이 만든 아지트에서 사는 건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강풀 만화거리가 조성되어 서울의 명소 중 하나로 떠오른 강동. 서울 메트로 강동역 4번 출구에서 강풀 만화거리를 따라 조금만 들어가면 '청년아지트 강동팟'이란 간판이 걸려있는 건물이 나온다.

하지만 동네 주민이 아니어도 청년이 아니어도 강동팟엔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그들은 일상의 공유를 목적으로 하지, 사회와 청년들의 분리를 시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희망제작소에서 일을 시작한 이진영 강동팟 대표는 일반 기업체에 취직해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한 삶을 살기보다는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것을 평생동안 찾기 위해 동료를 찾기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기업의 목적에 따라 이윤추구가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목적 없는 맹목적인 삶이 지금의 청춘을 앗아가길 바라지 않았다. 때문에 내가 진짜 하고싶은 일을 해보고 그것이 정말 나에게 중요한지 직접 체험해 볼 기회가 필요했다.

그 결과, 세 명의 동료를 만났고 여기에 아지트가 만들어졌다.

2012년 인문학 공동체 '청춘의 대나무 숲'에서 만난 모임으로 시작된 강동팟은 2013년 '우리 마을 프로젝트'로 지원을 받으며 관계를 넓혀나갔고,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모임을 갖고자 하는 열망이 공간에 대한 욕구로 이행되어, 2014년 청년허브에서 보조금 지원을 받으며 본격적인 오픈을 준비하게 된다.

그해 8월 우연히 임대 팻말을 보고 들어가 그 자리에서 계약을 해 탄생하게 된 강동팟. 강동팟이 생겨난 건물이 대형마트에 내몰려 쫓기듯 가게 문을 닫게 된 지역의 오래된 마트였다니, 어쩐지 우리네 청년들과 닮은 듯 보여 아니러니 했다.

이진영 대표는 서울에 있는 청년단체를 돌아다니며 공간구성에 여러 고민을 많이 담아냈다고 한다. 1층이어야만 주민들과 소통이 가능하고, 외각이 아닌 마을 안쪽이어야 저렴하며, 주방 공간이 잘 마련되어 있어야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는 원칙 아래 주민제안 공간지원 사업의 도움을 받아 청년들이 직접 리모델링을 하여 공간을 조성했다.

작업에 참여한 청년들 중에는 동네 목수를 비롯해 페인팅과 설계, 인테리어 등 유능한 인재들이 포진해 있었기에 이 모든 작업이 가능했다. 2014년 12월 30일 오픈하우스를 열어 개관식을 하고 올해 3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그 사이 청년공간에 낯설어하는 지역 주민들이 있어 선팅된 유리를 제거하는 등 자잘한 에피소드가 생겼다. 때문에 화초도 키우고 포스터와 책으로 공간을 꾸며 아늑한 느낌을 내려고 노력했다는 후문이다.

강동팟은 청년들의 아지트답게 규정되지 않은 다양한 활동들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매주 멤버끼리 밥 한 끼는 먹어야하지 않겠냐며 시작된 <화요식탁>. 처음엔 50명의 리스트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1회 이상 참여자가 150명이나 될 정도로 꾸준히 그리고 인기리에 진행되고 있다. 지원사업으로 8월 말까지 진행되었지만 올 연말에 부활시켜 강동팟의 브랜드로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식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활동은 또 있다. <공식의 가치>는 함께 모여 음식을 만드는 모임이다. 일요일마다 2주에 한 번씩 브런치를 만들어 먹는다. 청년들 대부분이 1인 가구다보니 공동으로 장을 봐 대량으로 반찬을 만들고 나눠 간다. 음식 솜씨가 늘자 연말에는 시민단체와 결합해 독거노인이나 결식아동에게 나눔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누구나 학교>는 사주 명리학을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10명 미만이 모여 공부를 시작했지만 진행이 잘 안 되었다고 한다. 아직 초반이라 정적인 활동보다는 좀 더 활동적인 프로그램이 좋겠다는 생각에 홈가드닝, 셀프페인팅 체험, 술(맥주, 칵테일, 막걸리) 만들기로 바꾸어 진행했다고 한다.

반응이 무척이나 뜨거웠다고. 이밖에도 강풀만화거리를 활용한 <골목의 오후>, 철거 전 건물에서 펼쳐진 전시와 공연이 함께한 동네축제 <레인보우 페스타>, 청년단체들이 작업 또는 회의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임대사업 <마을 청년 IT 스페이스>, 직접 잼을 만들어 장터에 팔았던 <잼 팟 팩토리> 등 1년도 안 된 사이에 많은 활동이 강동팟을 통해 퍼져나갔다.

물론 지원사업이나 참가비, 후원금, 대관료 등으로 모든 사업을 운영하기에는 벅찬 감이 없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목적이나 가치관과 맞지 않은 용역사업에 끌려 다니다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게 될까봐 '청년마을살이 발전소 지원사업'을 포기하고 의뢰가 들어왔던 교육용역 3건을 포기했다고 한다.

그대신 그들은 전혀 수익이 나지 않는 <심폐소생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진영 대표는 <심폐소생 프로젝트>를 강동팟과 같이 공간을 운영하는 청년단체들의 고독사(?) 방지를 위한 컨설팅 혹은 협력사업이라고 소개했다. 공간을 운영하는 청년단체들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기에 서로서로 도움을 주며 상생을 도모해 사회에서 소멸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다.

이는 강동팟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자체 사업이기도 하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시작한 마을 살이가 어떤 이유에서라도 노동과 감정소모로 끝나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강동팟의 가치관에 맞고 잘 할수 있는 사업요청이 들어온다면 언제든 환영이다.

그들이 수익사업을 항상 염두에 두는 이유가 마을에서 활동가로 첫발을 내딛는 후배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히기 위해서라고 한다. 강동팟이 지속가능하다면 마을활동가가 일로써 선택이 가능하다는 얘기고, 이는 기존의 이윤창출을 위한 일자리가 아닌 가치지향적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자신들과 같은 청년단체를 연계하는 허브가 되길 원한다는 강동팟. 암울하기 만한 우리시대 청년들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한 강동팟이 등대같이 빛나고 있었다.


[나는서울시민이다=안중훈 마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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