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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24면 톱/달러의 위상 갈수록 강한 이유

“세계 금융시장은 요동치지만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위세는 여전히 흔들림이 없다.”
세계적인 환율전문가이자 미 오바마 정부 최고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에스와르 S.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달러의 위력은 예측할 수 있는 상당기간 오래 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달러의 몰락이 가장 설득력있게 제시됐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달러는 무너지기는커녕 더 강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프라사드의 신간 ’달러 트랩‘(원제:The Dollar Trap, 청림출판)은 지난 7년간 뜨거웠던 화폐전쟁이 달러의 승리로 귀결되고 달러를 더욱 선호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를 설득력있게 제시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미국 금융위기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국제통화시스템에 있다. 일명, ‘달러의 덫’이다.
말하자면 외환시장의 현재 딜레마는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를 대체할 만한 통화가 없다고 각국이 판단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각국은 더욱 안전자산에 눈을 돌리고 있다. 금융시장의 개방과 자본 유출입이 빈번해지면서 신흥국들은 이에 대비하기 위해 더 많은 외환보유액을 축적하려 한다. 일본과 같은 일부 선진국은 자국의 수출 경쟁력을 보호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도 한다. 이런 세계금융시장의불안 속에서는 개인 투자자들까지 안전자산에 눈을 돌리게 된다. 이렇듯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데 유로존이나 일본, 영국 등의 국채는 오히려 위상이 흔들리다보니 공공투자자, 민간투자자 모두 달러 밖에 대안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달러화 표기 금융자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이유다.
미국 국채는 미국정부가 돈을 빌려쓰고 발행하는 증서라 할 수 있는데, 미국의 공공부채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아이러니다. 미국 정부가 갚을 능력이 위협받고 있는 처지인데도 그런 국채를 안전하다고 사들이고 있는 형국이다.달러화 중심의 균형이 깨지면 파괴적인 상황이 올 것이라는 두려움이 달러화 중심의 균형을 안정적으로 만들어주고 있는 셈이다.
국제 경제간 공조 실패도 한몫하고 있다. 선진국들이 경제와 금융시스템을 살리기 위해 돈을 마구 찍어내는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공격적으로 시행한 결과다.다른 국가들이 자국통화의 평가 절상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등 일련의 환율전쟁이 벌어진 것도 준비통화로서의 달러화에 집중하는 결과를 낳았다.
저자는 “환율전쟁은 모두에게 상처를 입히는 파괴적인 마이너스섬 게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국가 간 조율만이 모든 국가에 이익이 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달러패권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저자는 위안화가 달러화를 대체할 것이란 전망은 과장됐다며, 달러의 위력은 상당기간 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준비통화로서의 위안화의 가능성은 열어놓았다. 실제로 2014년 말 기준으로 위안화는 국제결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대로, 유로화, 미국 달러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를 근소한 차이로 추격하고 있다. 다만 중국 금융시장의 법적, 제도적, 구조적 문제 때문에 각국이 위안화를 보유하지 않아 당분간 주요한 준비통화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에 대한 조언도 담았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이 선진국들 사이에 경기 사이클과 통화정책 입장이 달라지면서 자본 흐름의 변동성과 혼란을 앞으로 수년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한국은 여러 겹의 충격 흡수기제가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 정부 재정적자와 부채 수준이 낮고 거시경제의 틀 자체가 건전하며 금융분야의 감독과 규제가 잘 이뤄지고 있다는 것. 또 기업부채가 적고 외환보유액이 풍부하며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4부로 구성된 책은 2008년 이후 세계 금융시장의 극적인 움직임과 예상과 달리 반대로 흘러가며 달러의 위상이 더욱 공고해진 점, 달러화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주요한 준비통화로서의 지위를 어떻게 획득하게 됐는지 등을 1부에 담아냈다. 현재 국제 금융시장의 구조에 내재하고 있는 여러가지 역설, 세계 금융시장이 갖고 있는 구조상 결함, 위안화와 달러화를 추격하는 다른 경쟁자들, 달러화의 티핑 포인트 등이 논리적 연관성을 갖고 차례로 이어져 현 국제금융시장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꿸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달러트랩/에스와르 S. 프라사드 지음, 권성희 옮김/청림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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