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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해운업계 구조조정, 정부 개입은 끝까지 신중해야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주가가 정부의 강제 합병설 등으로 9일 동반 급락했다. 특히 현대상선은 현대그룹의 경영권 포기설까지 불거지면서 장이 끝날 때까지 하락세를 거듭하다 13.78%까지 추락했다. 정부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 방안을 구조조정 차관회의 안건으로 상정해 공식 논의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청와대 서별관 회의’로 불리는 이 회의는 금융위원장 주도로 관계 부처 차관들이 산업 구조조정의 큰 그림을 그리는 사실상의 구조조정 컨트롤 타워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금융위원회와 해당 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자발적 합병을 권유하거나 강제합병을 추진한 사실이 없다”며 부인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측도 “합병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부와 양대 선사 모두 합병 등 구조조정 추진을 부인하지만 시장에서는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해운업계는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후 7년간 장기 불황을 겪으면서 1·2위 양대 선사를 빼고는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대형 선사 가운데 대한해운과 팬오션은 기업회생 절차 끝에 각각 SM그룹과 하림그룹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선박과 보유 주식 등 팔 수 있는 건 다 팔았지만 수천억원 규모의 적자가 누적돼 ‘카드 돌려막기’ 상태라는 말이 나온다. 한진해운은 대한항공으로부터 긴급 자금 수혈을 받으면서 경영권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넘어갔고, 부채규모가 워낙 크긴 하지만 올해 3분기까지 6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반면 현대상선은 올해 1분기 저유가 효과로 10분기만에 처음 흑자를 기록했으나 2분기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부채총계는 6조원이 넘는다. 특히 현대증권 지분 매각이 불발되면서 현대그룹 자구계획 전체에 차질이 빚어졌다. 특단의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구조조정 말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경기의 장기불황으로 중국에서는 세계 해운업계 6, 7위인 코스코와 차이나시핑 그룹이 합병한다는 얘기가 연초부터 나왔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빅딜은 글로벌 이슈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정부가 직접 개별기업의 빅딜에 나서는 것은 마지막까지 신중해야 한다. 바람직한 것은 삼성이 화학 계열사를 한화와 롯데에 매각한 것처럼 자율적으로 진행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자율적 빅딜에 따른 세제혜택과 유동성 지원이 이뤄진다면 구조조정의 후유증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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