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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운업계“ 강제합병이 능사 아니다”
한진해운-현대상선 구조조정 정부 압박에 반발
“동맹체 다르고 노선 겹쳐 시너지 효과 반감”


정부가 부실 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섰다. 부실 업종의 대표로 꼽히는 해운 업계부터 칼날을 들이대는 분위기다. 업계 1, 2위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자발적인 합병을 요구하다 양사가거부하자, 극단적으론 자금줄을 쥐고있는 정부가 자금 지원을 끊는 방식으로 합병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당장 정부가 나서서 합병을 추진하기엔 관치 논란 등 무리가 있지만, 점점 언론 등을 통해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9일 한 매체는 정부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 또는 매각방안을 구조조정 차관회의 안건으로 상정해 공식 논의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가 구조조정을 위한 컨트롤 타워인 실무회의에서 양사의 구조조정안을 2차 차관회의 안건으로 올리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일단 부인하고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정부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자발적 합병을 권유하거나, 강제 합병을 추진한 사실이 없다”고 공식 해명자료를 냈다. 지난달 철강업계 구조조정안이 거론됐을 때 정부의 반응과 유사하다. 제기된 합병설이 아니라고는데 해명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해수부는 그나마 강하게 부인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우리는 양사가 지금대로 유지하는게 최적이라고 본다”며 “양사의 강제 합병 기조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업계는 불안감에 요동치고 있다. 정부의 해명이 개운치 않기 때문이다. 정부발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얘기가 꾸준히 흘러나오는 이유다. 특히 해운업계는 2000년대 후반 정부가 이미 구조조정의 타이밍을 놓친 뒤 어려운 시기를 버텨내고 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물동량이 급감했으며, 이후 초대형 선사 위주 규모의 경제가 업계를 장악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지난 10분기 누적 적자가 6796억원에 달한다. 업계 1위인 한진해운의 성적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올들어 흑자로 반전했지만 누적 적자액은 3000억원이 넘는다.

때문에 채권단이 만일 이들 기업에 추가 지원을 거부하면, 두 기업의 자금줄이 막혀 사실상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워진다. 정부의 구조조정 권고가 단순 권고가 아닌 압박, 그 이상의 강제 합병 기조로 읽히는 이유다.

업계도 어려운 상황을 인지하고 있지만 방법론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정부가 무조건 ‘합치는게 능사’라는 식으로 접근하는건 업종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합병의 현실적 효과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가입된 동맹체가 다르고 노선이 겹쳐, 합병을 해도 시너지 효과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합병이 이익을 창출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해운업계는 정부의 실질적인 유동성 지원을 희망하고 있다.

그동안 업계에선 조선업계에 퍼붓는 조단위 지원에 비해 해운업에 대해선 수백억원 지원도 망설인다는 불만이 팽배했다. 당장 해양보증보험 등을 통해 지원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결국엔 큰틀에선 양사의 합병이 이뤄질 것이고, 구체적인 방법이 관건이라는 시각도 있다.

류제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결국 양사의 합병 논의와 방법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어느 쪽이 인수할 것이냐, 어느 쪽이 인수하든 차입금 부담이 큰 만큼 차입금 해결이 가능할 것이냐 등이 관전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배문숙·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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