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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김도훈] 기업간 전략적 제휴로 본 韓·佛 산업관계
지난 수요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열린 한ㆍ프랑스 경제협력 포럼에 참석하면서 느꼈던 다소의 우려를 씻어준 신선한 뉴스를 금요일 접했다. 한미약품이 프랑스 최대 제약업체인 사노피에 당뇨 신약기술을 파는 대가로 총 5조원에 이르는 기술료를 받기로 하였다는 기사를 보았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우리나라 제약업체가 유럽 및 미국 등 주요 선진국 제약업체로부터 일방적으로 기술을 사오던 관계를 뒤집는 의미 있는 쾌거라고 해도 지나친 과장이 아닐 것이다.

기실 지난 수요일의 한ㆍ프랑스 경제협력 포럼의 1세션 토론 자리는 실제로 거의 일방적으로 프랑스 주요 기업들이 한국 기업들에 기술을 이전하는 관계를 소개하는 자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마침 한국과 프랑스 양쪽의 기업간 전략적 제휴 관계는 주로 프랑스가 세계적 기술력을 자랑하는 우주ㆍ항공, 제약, 화학 등의 분야에서 주로 이루어져 왔던 것도 그 중요한 연유일 것이다. 우주ㆍ항공 분야에서는 그야말로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프랑스 주요 기업들이 총망라되다시피 했다. 여기에 덧붙여 화학업계 강자 아르케마가 CJ와 제휴해 말레이시아 진출을 성사시킨 케이스, 그리고 세계 4위 제약업체 사노피가 SK와 합작사업을 벌이고 있는 케이스 등이 모두 프랑스측으로부터 한국 기업으로의 기술이전 사례들을 소개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이런 양국 기업간 제휴가 일어난 분야는 전통적으로 우리나라가 다소 경쟁력이 약한 분야이고 더욱이 오랜 동안의 R&D가 축적돼야 비로소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이기에 어쩌면 피할 수 없는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프랑스측 참가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언급하였듯이 한국기업들의 제조업 경쟁력의 우수성 즉, 어느 나라 기업들보다도 생산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갖추고 있고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여 적용하는 기술흡수능력 면에서 뛰어난 점이 이러한 전략적 제휴 관계를 이끌어낸 원동력이 되었다는 점은 일응 고무적이라 하겠다.

양국 기업간 전략적 제휴에서 얻어지는 시사점을 정리한다면 일반적으로 제조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생산 경쟁력이 뛰어난 것으로 인정되고 있는 반면, R&D를 통한 기술력은 아직도 선진국 기업들이 더 뛰어나다고 요약할 수 있다. 특히 지속적인 R&D 연구결과들을 축적해 왔는가의 여부가 경쟁력의 중요한 원천이 되는 분야인 항공ㆍ우주, 제약, 화학 등의 분야에서 더욱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반면에 자동차, 전자 등의 분야에서 한국기업들이 뛰어난 경쟁력을 보이는 이유는 이 분야에서는 생산 경쟁력의 중요성이 더 두드러지고 R&D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그동안 획득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 분야에서 필요한 미래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R&D에 한국기업들이 노력하고 있는 점도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두에서 언급한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케이스는 선진기업들의 우위 분야인 제약 분야에서 전통적 기업간 제휴 관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셈이다. 다만 아직도 우리나라 기업들이 넘어서야 할 부분이 이 거래관계에서도 한 가지 더 남아 있다고 봐야 하겠다. 이들 분야에서 선진국 업체들의 막강한 브랜드 파워와 세계적 유통 네트워크는 아직도 넘기 힘든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조금 더 자세히 이 모든 거래관계를 들여다보면, 결국 한미약품은 개발된 기술을 사노피에 제공하고 그 대가를 기술료의 형태로 받는 거래를 성사시킨 데 비해 사노피는 SK에 기술을 이전하고서도 그들의 브랜드 파워를 활용하여 공동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형식의 거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향후 발전시킬 산업으로 기대되고 있는 바이오, 우주ㆍ항공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이 헤쳐가야 할 길은 아직도 상당히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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