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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윤곽 드러난 TPP…가입효과 극대화할 전략 짜라
세계 최대의 경제블록으로 부상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협정문이 5일 뉴질랜드 정부에 의해 처음 공개됐다. TPP의 시장 개방 수준은 예상보다 높았다. 회원국들은 30년에 걸쳐 전체 교역 품목의 95~100%에 대한 관세를 완전히 없애기로 했다. 국가별로는 미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7개국이 모든 교역 품목에 대한 관세를 30년 내에 모두 철폐한다. 호주와 멕시코를 제외한 10개국은 30년에 걸쳐 공산품에 대한 관세를 100% 없애는 데 합의했다. 농산물 시장 개방 수준도 높은 편이다. 개방을 꺼려온 일본이 쌀, 유제품, 쇠고기 등 5대 민감 분야에 대한 관세·비관세 장벽을 상당 부분 제거하기로 했을 정도다.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누적 원산지 개념’이다. TPP 가입국 원ㆍ부자재를 모두 자국산으로 인정해 특혜 관세 를 부여하는 규범이다. 가령 일본 자동차 회사가 베트남 등 TPP 회원국에서 조달한 부품의 부가가치가 자동차값의 55% 이상이면 자국산으로 인정돼 참여국인 미국 캐나다 호주로 수출할 때 무관세를 적용받는다. 이럴 경우 한국의 자동차 부품 회사들의 타격은 커진다. 섬유ㆍ의류산업은 국내 관련 제조업 공동화 우려도 나온다. 베트남 등 TPP 가입국으로 공장을 옮겨야 관세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TPP 규정에는 서명 후 2년이 지났을 때 경제규모가 큰(전체의 85%) 6개 회원국만 비준을 하면 우선적으로 협정을 발효하도록 돼 있다. 세계 경제의 40%, 세계 무역의 25%가 넘는 비중을 가진 TPP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우리에게 남아있는 시간이 이 정도라는 얘기다.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승용차ㆍ기계ㆍ전기ㆍ전자 분야 등에 걸쳐 상당수 품목에 대한 대일 관세를 철페하기로 했다. 승용차는 최장 25년으로 개방시점이 늦지만 기계ㆍ전기ㆍ전자 분야는 TPP 발표 즉시 관세가 철폐돼 일본과 경쟁하는 우리 기업에 피해가 예상된다. 한국 경제가 TPP 체제에서 계속 소외된다면 한ㆍ미 FTA 등으로 쌓은 그동안의 경제적 실익을 한꺼번에 잃어버릴 수 있다.

수출이 성장엔진인 우리나라가 TPP를 마다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TPP에 가입하게 되면 일본 자동차가 몰려오기 때문에 실익이 없다”는 얘기는 급박한 통상환경에 견줘보면 한가한 소리다. 남은 과제는 후발주자의 비용을 최소화하고 가입효과를 극대화할 전략이다. 새로운 통상환경에서 기회를 잡으려면 산업 구조 및 경제체질을 튼실히 해 유연하고도 강인한 몸을 만들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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