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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의 민낯-승정원일기 37]영조와 사도세자의 어느 봄날
사도세자는 영조의 둘째 아들이면서 뒤주에 갇혀 죽음을 맞이한 비운의 왕세자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 그를 바라보는 영조의 눈길은 여느 아버지처럼 다정하기 그지없었다.

영조14년 1월 21일 『승정원일기』에는 영조와 어린 사도세자가 창덕궁 양정합에서 함께 하는 장면이 기록돼 있다. 신하들도 함께 한 자리였다. 



이광좌 : 큰 소리로 시원하게 읽을 수 있겠지요?

(동궁이 나지막한 소리로 글을 읽었다.)

영조 : 동궁 소속 관원 한 사람이 나와서 글 읽는 것을 도우라.

영조 : (영조가 동궁에게 말했다) 네가 먼저 읽겠느냐?

(동궁이 대답하지 않았다.)

영조 : (웃음을 지으며) 글씨를 쓰겠느냐?

(동궁이 붓을 잡고 글자를 썼다.)

영조 : (웃음을 지으며) 글자 쓰는 건 어려워하지 않는데 글 읽는 건 몹시 싫증을 낸단 말이야.

이광좌 : 신이 사부로 있으니, 오늘 쓴 글씨를 받고 싶습니다.

영조 : 글씨 쓴 종이를 네 스승에게 갖다 드려라.

(동궁이 즉시 일어나서 이광좌에게 직접 주었다.)

이광좌 : 동궁이 일찌감치 온화한 모습을 갖추고 슬기로운 지혜를 이루었으니, 훗날 조금만 노력해도 크게 성취하는 바가 있을 것입니다.

영조 : 맞는 말이다.

서명균 : 오늘날 동궁을 인도하는 방법으로 전하께서 솔선수범하시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습니다. 전하께서는 평소 감정 조절을 잘 못하시는 점이 많으니, 우선 성상께서 돌이켜 살펴보시어 더욱 힘쓰시기를 바랍니다.

1783년 1월에 있었던 일이니, 사도세자가 이제 겨우 네 살이 됐을 때였다. 이때만 해도 여기 있었던 그 누구도 훗날의 비극적인 사건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한국고전번역원 번역위원 곽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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