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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암 소시지’라고?…가공육에 ‘혁신DNA’ 첨가하는 부호들
-WHO, 최근 햄ㆍ소시지 발암물질 분류 ‘뜨거운 논란’

-스팸 만드는 美호멜푸드 ‘유기농 고기’ 투자

-세계 최대 돈육업체 中슈앙후이, M&A 통해 고품질 제품 주력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천예선ㆍ민상식 기자]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햄이나 소시지 등 일정한 공정을 거친 가공육을 발암물질로 분류한 것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가공육은 햄과 소시지, 베이컨, 육포 등 염장, 훈제, 건조 방식으로 보존기한을 늘린 식품을 말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가공육의 대표격은 ‘스팸’이다.

스팸은 1937년 미국의 식품가공기업 호멜푸드(Hormel Foods)가 돼지의 어깨 살 등에 소금과 전분 등을 가미해 만든 제품이다. 2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미군의 주요 식료품이 됐고, 이후 한국에도 넘어왔다. 국내에서는 요즘에도 스팸이 ‘명절 선물세트’로 인기를 끌고 있다. 스팸의 국내 판매는 CJ제일제당이 맡고 있다.

스팸 및 베이컨 등을 판매하는 호멜푸드는 이번 WHO 발표 이후 해당 보고서가 고급 단백질과 중요한 영양소를 함유한 고기의 이로운 점을 보지 않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호멜푸드가 최근 ‘건강한 고기’ 등 혁신적인 사업을 막 시작한 상황에서 이번 보고서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제프리 에팅거(Jeffrey Ettinger) 호멜푸드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육류 가공에서 벗어나 호멜푸드가 생산하는 제품을 다각화하고 있다. 가축사료값 상승으로 가공육 제품의 수익성이 줄고 있는데다, 친환경 음식 열풍으로 정크푸드(열량은 높으나 건강에는 좋지 않은 즉석 식품)를 꺼리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에팅거 회장은 ‘유기농 고기’에 주목하고 있다. 호멜푸드는 지난 5월 유기농 육류 제조업체 ‘애플게이트 팜’(Applegate Farms)을 7억7500만달러(한화 약 8900억원)에 인수했다. 애플게이트 팜의 소시지, 베이컨 제품은 유전자변형식품(GMO) 성분 및 항생제, 호르몬제 등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인기를 끌었다. 

캔 햄 '스팸'을 제조하는 호멜푸드 회장 제프리 에팅거
유기농 육류 제조업체 '애플게이트 팜'의 유기농 베이컨 제품

에팅거 회장은 애플게이트 팜을 인수하면서 “앞으로 유기농 음식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식육협회(AMI)와 미국 식품가공연합(GMA)의 이사회 임원인 에팅거 회장은 미국 육류 가공업계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호멜푸드 회장 자리에 오른 에팅거의 자산은 1억달러로 추정된다.

세계 최대 돈육 가공업체인 중국의 슈앙후이(雙匯集團)그룹의 혁신 속도는 더욱 빠르다.

슈앙후이그룹은 지난해 초 WH그룹으로 사명을 바꿨다. 중국색이 강한 슈앙후이에서 WH로 이름을 바꿔, 지속적인 혁신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WH그룹은 2013년 미국 최대 돼지고기 가공업체인 스미스필드(Smithfield Foods)를 47억달러에 인수해, 세계 1위 돈육업체로 거듭났다. 스미스필드의 부채 24억달러를 떠안은 것까지 포함하면 71억달러에 이르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스미스필드는 아머(Armour), 헬시 원스(Healthy Ones) 등 육류 제품 브랜드로 유명한 업체다.

거액을 들여 스미스필드 인수를 밀어붙인 이는 WH그룹의 완룽(萬隆ㆍ75) 회장이다. 

세계 최대 돼지고기 가공업체 WH그룹의 완룽 회장

평소 품질관리를 중시하는 그는 혁신을 통해 안전하고 영양가 높은 육가공품을 공급하겠다는 열망이 있었다. 스미스필드의 선진적인 품질ㆍ위생 기술을 도입하면, 중국 소비자들의 자국 식품에 대한 불신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실제 WH그룹은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중국 전역 도축장에서 매년 도살되는 돼지 1500만마리의 품질을 실시간 추적ㆍ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완룽 회장은 특히 가공육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마케팅 기법도 도입했다. WH그룹은 최근 미국 베이컨 제조사 ‘오스카마이어’(Oscar Mayer)의 마케팅 전략을 연구해, 소시지를 모델로 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TV 만화영화 ‘슈앙후이 포레스트(Shuanghui Forest)’를 제작하기도 했다.

미국 최대 돈육 가공업체 스미스필드를 인수한 WH그룹의 가공육 제품


완룽 회장은 1968년 WH그룹 전신인 슈앙후이에 입사해 1984년 회사의 실질적 책임자인 공장장이 됐다.

그가 경영을 맡은 후에는 다른 국영기업과 달리 해외에 수출하는 등 수익에 집중하면서, 작지만 강한 회사로 성장했다. 1990년대 초 신가공기술을 도입해, 유통기한이 긴 소시지를 생산하면서 판매 지역이 크게 늘었다.

슈앙후이는 2006년 국영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탈바꿈한 뒤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WH그룹의 지분 3.92%를 보유하고 있는 완룽 회장의 자산은 9억달러로 평가된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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