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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7일간의 세계여행] 64. 여유로운 일광욕·해수욕 ‘환상의 코파카바나 해변’
[헤럴드경제=강인숙 여행칼럼니스트] 뿌에르토이구아수(Puerto Iguazu)에서 밤버스로 24시간을 이동해서 리오 데 자네이루(Rio de Janeiro)에 온다. 아르헨티나 페소는 다썼는데 칠레 페소가 남아 어떻게 할까 걱정이었다. 그 걱정은 국경에 정차한 버스 안에서 생각도 못한 상황에서 해결이 된다. 환전하는 사람이 차에 올라타 즉석에서 고맙게도 칠레 페소까지 환전을 해주는 거다. 환전율이야 형편없지만 어차피 소액이라 환전해준 것만으로도 고맙다.

국경에서 입국도장을 찍으면서부터 바뀌는 풍경, 시스템, 사람들의 모습과 여기가 브라질이라 이번에는 언어까지 변하니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다른 나라의 국경도 그런 변화들이 느껴졌었지만, 브라질은 확연히 다르다. 피부색이 까맣고 건장한 사람들이 많고 언어도 남미에서 유일하게 포르투갈어를 쓴다. 감사하다는 말도 스페인어로 “그라시아스(Gracias)”를 외쳐댔는데 이제는 “오브라가두(Obrigado)”로 바꿔야한다. 말이 달라지니 그나마 여행 중에 배워둔 생활 스페인어가 소용이 없다. 물론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가 비슷한 언어라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된다고는 하지만. 국경, 경계라는 것이 사람 사는 모습을 이렇게 다르게 한다.

남미라는 거대한 대륙을 한 달 반 만에 둘러보겠다는 생각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이제야 알겠다. 다섯 나라를 둘러보는 것도 장거리 이동이 많아 힘도 들고 시간도 걸린다. 12시간은 기본이고, 툭하면 18시간, 24시간을 버스에서 때운다. 길이 나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이렇게 돌아보는 다섯 나라 말고도 가고 싶은 곳, 보고 싶은 나라가 훨씬 더 많이 생겼다. 스페인에서 출발하는 왕복항공권을 구입해 와서 이제 곧 상파울루에서 마드리드로 가야 하는 일정이 아쉽다. 항공권을 살 때는 저렴하기도 하고 이정도면 충분한 여행이 되리라 싶었던 건데 마지막 나라에 들어서니 짧은 일정이 아쉽기만 하다.



버스 안에서 24시간을 보내다 보면 버스의 승무원이 먹을 것을 주기도 하고 까페나 메르까도가 있는 터미널 같은 곳에 정차해서 식사할 시간을 주기도 한다. 이번에는 버스에서 24시간동안 일부러 물만 마셨다. 남미를 여행하면서 와인이며 소고기를 너무 먹어 몸이 둔해졌다. 슬슬 조절할 시기가 된 듯해서 일부러 아무것도 안먹었더니 몸이 한결 가볍다. 물론 그걸 견뎌낼 수 있을 만큼 버스와 길이 나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어쨌든 남미 여행에서 기억에 남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이 장거리 밤버스일 것이다.

리오데자네이루(Rio de Janeiro), 일월(Janeiro)의 강(Rio)이라는 의미의 도시, 현지 발음은 히우지자네이루. 이 긴 이름의 이 도시는 1960년대까지 브라질의 수도였고 세계적인 미항, 삼바축제 리오카니발(Rio Carnival) 로 잘 알려진 곳이다.



유명한 코파카바나(Copacabana) 해변에 근접한 숙소를 잡는다. 다음 주에 열리는 삼바축제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물가 비싼 리오는 더 난리다. 호스텔은 깨끗하긴 하지만 가뜩이나 비좁은 방에 침대를 3층으로 쓰는 구조다. 내 침대는 다행히 1층이긴 하지만 3층에 한번 올라가면 내려오기 싫을 지경이다. 이 모든 게 리오의 비싼 물가 때문이다.

긴 시간 버스를 타고 터미널에 내려 여기까지 온데다가 버스에서 물만 먹은 탓에 몸은 가볍지만 기운이 없다. 다행히 호스텔 주방에서 음식을 팔기에 얼른 주문해서 배를 채운다. 밥 먹고 짐도 풀고 나니 시간이 훌쩍 지난다. 브라질이라는 나라가 궁금하고 리오의 해변도 보고 싶다. 당장 오늘 저녁도 먹어야 하니 수퍼마켓이나 레스토랑의 위치도 알아두고 지리도 익힐 겸 호스텔을 나온다. 유명한 관광지답게 모퉁이를 돌때마다 수퍼마켓이 하나씩 나오고 해변의 의상을 파는 가게, 미용실 등 거의 모든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코파카바나 해변은 일 년 내내 기온이 높아서 늘 관광객이 넘친다고 한다. 바다 내음이 좋다. 바다는 어디서나 그 바다인데, 멀리 보이는 산의 둥글둥글한 능선이 내가 알던 바닷가 풍경과는 다르다.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 일광욕하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후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부럽긴 하다.

우수아이아나 파타고니아 빙하의 차가운 바닷물만 보다가 뜨거운 해변에 오게 되니 바닷물로 뛰어들게 된다. 카메라도 있고 몸을 다 적실 수는 없어서 발만 담가본다.

한 눈에 쏙 들어오는 해변의 모래사장과 건물들이 5km나 늘어서 있으니 시간여유가 있다면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바다다. 사진으로만 보던 리오 데 자네이루 해변의 풍경 출처가 바로 여기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평일엔 일하고 주말은 여기서 지내면 어디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일상의 여유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해가 지고 있다. 여기 코파카바나 해변의 밤은 조심해야 한다. 브라질은 남미에서는 잘 사는 나라지만, 각종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여기 해변이나 유명 관광지에서 관광객들이 강도를 조심하라고 경고하는 사람이 많다. 총을 가진 사람들이 총구를 들이밀면 지갑이나 카메라를 빼앗기는 일은 다반사이고 이런 일이 생길 경우 저항하지 않고 현금이고 귀중품이고 그냥 다 주는 게 안전한 일이라는 충고는 가이드북이고 인터넷 정보, 여행자들과 현지인들도 공감하는 것이다.

거리에 널린 수퍼마켓 중 하나에 들어가 맥주와 과일, 간식을 사가지고 숙소로 들어간다. 호스텔의 좁은 마당에 자리를 잡고 맥주를 마시며 브라질의 첫 밤을 보낸다. 브라질이라는 새로운 나라에서의 첫날이라 설레기 보다는 남미여행의 마지막 나라라는 아쉬움과 얼마 후 다른 대륙으로 떠나야한다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한다.

정리=강문규기자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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