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릴은 라디에이터 그릴의 줄임말이다. 엔진룸 내 라디에이터의 냉각에 필요한 공기를 흡입하는 통풍구다. 원래 라디에이터를 가리기 위한 목적의 장치인데, 차의 얼굴을 책임지는 디자인으로 자리잡았다.
현대차의 헥사고날 그릴. 신형 제네시스. |
몇몇 브랜드는 그릴 디자인 변화로 브랜드 이미지나 위상 변화까지 노린다. 명품이 인정받는 것은 상품에 덧입혀진 고급 이미지 덕분이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톱 5 브랜드에서 보다 상위권으로 진입하기 위해 브랜드 정체성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대중적인 차를 생산하는 브랜드로 입지가 구축된 가운데, 고급 차종으로 확장하려면 제품 그 이상의 브랜드 이미지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기아차의 호랑이코 그릴. 신형 K5. |
현대기아차는 최근 10년간 전면부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차를 상징하는 ‘육각형(헥사고날) 그릴’, 기아차를 뜻하는 ‘호랑이 코 그릴’이 차에 최종 이미지를 덧씌우는 역할을 한다. 현대차는 점잖고 우아하며 기아차는 활기차고 역동적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톱5에서 점프하려면 상품 말고도 브랜드 전략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그릴 디자인도 패밀리룩 등 브랜드 정체성 강화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신형 투싼. |
현대차는 소형ㆍ준중형ㆍSUV 차량은 기본 육각형 그릴, 중형ㆍ대형 차량은 윗 부분이 조금 더 넓은 ‘윙 타입’ 육각형 그릴을 적용해 차별화하고 있다. 신형 제네시스는 육각형 구조를 제네시스의 고급 이미지에 걸맞게 잘 다듬은 디자인으로 꼽힌다. 올 연말 출시되는 신형 에쿠스에도 이와 같은 형태의 그릴이 도입될 예정이다.
기아차 신형 스포티지. |
기아차는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사장 영입 이후 그릴에 대변화를 줘 성공한 케이스다. 2008년 6월 출시한 로체 이노베이션부터 일명 호랑이 코 그릴 적용됐다. 이전에 기아 그릴은 밋밋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제 호랑이 코 그릴로 기아차임을 구분할 수 있다. 취향에 따라 호불호는 갈리지만, 적어도 브랜드 각인 효과는 뚜렷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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