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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디자인포럼2015]건축부터 패션·간식까지…3D 프린터, 衣·食·住를 디자인하다
영국 건축가이자 패션디자이너 줄리안 해익스(Julian Hakes)는 지난 9월 ‘런던패션위크(London Fashion Week)’에서 또 한 번 독특한 디자인의 신발을 선보였다.

기하학적인 콘셉트의 하이힐로 한 차례 주목을 받았던 그가 이번에 택한 건 3D 프린터였다. 12명의 모델들은 모두 3D 프린터가 ‘출력’한 신발을 신고 런웨이를 걸었다.

겉으로 보기엔 어디를 어떻게 3D 프린터로 만들었는지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여느 신발과 다를 게 없어 보였다.


해익스는 “금요일에 디자인이 담긴 파일을 3D 프린팅 회사 ‘오글(Ogle)’에 넘겼고, 월요일에 결과물을 받을 수 있었다”며 “덕분에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해익스가 선보인 쇼케이스는 현재 패션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상을 집약적으로 보여줬다. 최근 디자인을 매개로 패션과 3D 프린팅 기술이 만나면서 시간은 덜 들이고 보다 신선한 시도를 하는 디자이너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원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대량생산이 가능해진다면 언젠가 신발장엔 3D 프린터로 만든 신발들이 가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동안 3D 프린터로 만든 의수나 의족, 인공 장기 등 주로 의학분야에서의 개발 소식이 주류를 이뤘지만 이제 3D 프린팅 기술은 세상의 모든 것을 디자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리 현실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휴가철 무거운 가방 대신 3D 프린터 하나로 해결=핀란드 디자이너 얀네 키타넨(Janne Kyttanen)은 이러한 흐름의 선두에 서 있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이미 인간의 의식주 전반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3D 프린터로 제작해 선보여왔다. 실제로 지난해 ‘잃어버린 짐(Lost Luggage)’ 프로젝트를 통해 공개한 옷과 가방, 신발, 장갑, 핸드백 등은 모두 실생활에서 바로 사용해도 될 만큼 정교했다.

이 프로젝트는 ‘3D 프린터만 있으면 여행을 떠날 때 무거운 짐 가방 대신 휴가지에서 필요한 물건을 바로바로 프린트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사용자는 미리 물건의 디자인 콘셉트만 파일로 준비하면 된다. 키타넨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이 파일로 축소되고, 어느 곳에서나 재생산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3D 프린터의 보급률이 지금보다 높아진다면 결코 먼 미래의 모습은 아니다.


▶‘나만의 간식’가능케 한 3D 캔디 프린터=이 고도의 기술은 패션을 넘어 식품 부문에까지 적용되고 있다. 독일의 유명 젤리 회사 ‘카톄스(Katjes)’는 1년여에 걸친 연구 끝에 세계 최초의 3D 캔디 프린터 ‘매직 캔디 공장(Magic Candy Factory)’을 개발했다. 그리고 지난달 1일, 3D 프린터로 만든 젤리를 선보여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지금까지 식품 업계에선 단순히 시제품이나 모형을 만드는 수준에서 3D 프린터를 활용해왔지만 카톄스는 3D 프린팅 기술로 생산한 젤리를 상용화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역시 업계에선 처음 있는 일이다. 이처럼 식품회사가 기술 부문까지 섭렵하며 거둔 성과는 상당하다.

우선 제조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었다. 기존 방식으로는 1시간이 소요됐지만 3D 프린터로 젤리를 만드는 데 불과 10분 밖에 안 걸린다. 무엇보다 각자 기호에 따라 다양한 디자인의 젤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자신이 원하는 색상, 맛, 모양을 골라 ‘인쇄(print)’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몇 분 후 진짜 젤리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이처럼 카톄스의 3D 프린터는 시간 절약은 물론 여러 옵션을 자유자재로 조합해준다는 점에서 젤리의 디자인을 무한대로 확장시켜줬다.

미술관으로 간 MIT의 3D 프린팅 연구성과=옷과 젤리가 비교적 다루기 쉬운 섬유와 설탕액을 원료로 한다면, 이젠 세밀한 관리가 필요한 유리 소재를 이용해 그릇을 출력하는 3D 프린터도 등장했다. 지난 달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진은 ‘G3DP’라는 이름의 3D 프린터로 만든 유리 그릇을 선보였다. 프린터기는 유리 용액을 떨어뜨려 적층 방식으로 쌓아가는 방식으로 그릇을 완성했다.

쌓는 방식에 따라 그 형태도 다양했다. 과학계가 이 연구성과를 발표하자마자 곧바로 예술분야에서 큰 호응이 이어졌다. 그 결과 G3DP 프린터로 인쇄된 이 유리그릇들은 내년에 미국 뉴욕의 쿠퍼-휴잇 국립 디자인 박물관(Cooper Hewitt Smithsonian Design Museum)에 전시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유럽에선 3D 프린터로 집을 만드는 대규모 건축 프로젝트가 진행 중에 있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현재 유럽 국가들이 당면한 난민의 거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3D 프린팅 기술의 수준은 하루가 다르게 향상되면서 인간의 의식주 전반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까운 미래엔 지금처럼 물건을 직접 구매하지 않고, 그 물건의 디자인이 담긴 파일만 별도로 구매해 가정에서 3D 프린터로 자체 제작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현일 기자/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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