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사 북쪽 담장 외곽구역에 위치한 장고는 정면 1칸 이상, 측면 3칸 규모의 통일신라시대 건물지다. 장고의 내부에서는 대형 항아리를 묻기 위한 수혈(구덩이) 38기가 확인됐는데, 폭 5.4m의 중심 칸에 4열씩 열을 맞췄다. 수혈 내부에서 확인된 항아리는 28기이며, 항아리 내부의 잔존시료는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항아리는 밑이 둥근 것과 편평한 것 등 여러 종류로, 입자가 고운 모래땅에 구덩이를 파고 점토를 바른 후 묻었다.
대형 항아리 조사 후 현황 |
음식을 조리하는 주방, 창고 등의 부속시설을 일컫는 고원시설 관련 문헌기록으로는 남송시대 중국 선종사찰의 현황을 수록한 ‘오산십찰도’(13세기 중반)의 ‘장(醬)’, 고려 시대 ‘천보산회암사수조기’(14세기 초)의 ‘장고(醬庫)’가 전한다. 이번에 실상사에서 확인된 장고는 이 기록들보다 앞서는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이번에 확인된 실상사 장고는 선종사찰 고원시설의 하나로, 통일신라 최초의 선종사찰이었던 실상사의 규모와 특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구다. 아울러 선종사찰 특유의 자급자족적 생활상에 대한 고고학적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형 항아리 및 수혈 전경 |
이밖에 극락전 주변의 현 수철화상 탑ㆍ탑비와 증각국사 탑ㆍ탑비의 하부에서 조선시대 적석군(積石群)이 확인됐다. 또 기존에 발굴된 고려시대 실상사 원지 북쪽 구역에서는 고려시대 배수로와 담장지 등이 조사됐다. 실상사 남쪽 구역에서는 조선시대 건립된 문지(성을 출입하는 문의 터) 등도 조사됐다.
실상사 전경 항공사진 |
이번 발굴조사 성과는 27일 오후 2시 개최되는 학술자문회의에서 일반에게 공개된다. 이날 회의에서는 발굴조사 결과 확인된 유구와 유물의 처리방안과 발굴조사 완료지역에 대한 정비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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